한은도 8월 금리인하 기대감…삼성·SK, 반도체 반등
불확실성 리스크 여전…삼성·SK·포스코, 근무강도 높여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올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서 위기관리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글로벌 경제계의 눈은 오는 9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있다. 최근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됐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9월 금리인하설’이 힘을 받으면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줄곧 가열된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미 연준이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뜨거운 고용시장 때문이었다.
이러한 미 고용시장이 식어간다는 지표가 나온 것이다. 최근 미 노동부는 지난 6월 미국 비농업부문 전월 대비 신규 고용 수가 20만6000명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20만명)에 대체로 부합한 수치다. 또 실업률은 2년1개월 만에 최고치인 4.1%를 기록해 시장전망치(4.0%)를 하회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제프리 로젠버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수정치와 실업률”이라며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유지시킨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올초 스위스와 스웨덴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지난달 캐나다와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낮췄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의 다음달 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의 ‘8월 인하설’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이 확실시되지만, 8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 부문에서도 하반기 회복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 글로벌 경기 민감업종인 반도체 산업이 2분기 가파른 실적 회복을 보여주면서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으로 지난 5일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3.3%, 영업이익은 1452.2% 늘었다.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된 이유는 반도체 실적 반등 덕분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치인 4조~5조원을 뛰어넘은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낸 것은 반도체 침체기가 시작된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5조1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황도 완전히 회복했다기보다는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한 임원들의 주6일 근무제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근무는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근무하는 방식이다.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는 적용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경우는 DS부문 연구개발직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 일부에서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시간 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지만, 연구개발 분야와 같은 특수 직종이나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거쳐 주 64시간 근무제 도입이 가능하다.
SK그룹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2000년 이후 24년 만에 ‘토요사장단 회의’를 부활시켰다. 격주로 회의는 진행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은 한 달에 두번(금요일) 휴무가 가능했던 유연근무제도 반납했다.
포스코그룹도 임원에 한해 주4일제 근무제를 주5일제 근무제로 전환했다.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휴먼스, 포스코청암재단 등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며, 올 하반기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등의 그룹사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