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과반(53.0%)이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열 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
21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 538개사(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을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외투기업(47.0%)이 한국의 규제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13.0%에 그쳤고,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40.0%로 조사됐다.
한국의 전반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3.0%는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협력적’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4.0%에 불과해 우리나라 노사갈등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는 인식이 많았다.
응답 기업들은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일은 124.8, 미국은 121.4, 일본은 116.2, 중국은 89.7로 응답해, 주요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3개국 모두 노사협력 부문에서 한국보다 우위라고 평가했다.
외투기업 10곳 중 7곳(68.0%)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관계, 노동규제 등 노동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외투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사업계획 수립 시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G5 국가(미·일·독·영·프)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외투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 산술적으로 작년 기준 27억1000억달러의 외국인투자 유입을 추가로 촉진할 수 있는 긍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동규제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외투기업들이 한국의 경영활동에 있어 노사문제와 관련해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은 △해고,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42.0%)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주52시간제 등 경직적인 근로시간제도(23.0%)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및 직장점거 허용(11.0%) 등을 지목했다.
한편 외투기업들은 한국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중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37.0%)을 지적했다. 이어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27.0%), △사업장 점거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 행태(18.0%)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며 “경제블록화로 인한 탈중국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라도,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을 크게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