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숙련공 쿼터 늘려 대응…“세부적 내용도 필요”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뿌리산업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꼽힌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조업 혁신과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선 숙련공 쿼터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산업계 니즈가 커지는 추세라 현실에 맞는 대책이 요구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근간인 뿌리산업은 기술력이 핵심이다. 일정 수준의 지식이 없으면, 기초부터 새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해도 비자 기간 동안 교육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술을 요구하는 중소제조업을 살리기 위해선 숙련공 쿼터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뿌리기술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기반 공정기술과 사출 프레스, 정밀가공 로봇, 센서 등 제조업의 미래 성장 발전에 핵심적인 차세대 공정기술을 뜻한다. 완제품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과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련 업종을 뿌리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뿌리산업 쇠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위기를 넘어 재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해외에서의 생산품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해외기업들은 낮은 인건비 등을 내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한다.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색깔과 부합한다. 결국 국내에서 인건비를 고려해 제품을 생산하면,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근로자가 이러한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기술직이 아니면 소용없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씨(48)는 “인근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부품 등을 제조하는 업체 사장님들은 모두 인력난이라고 입을 모은다”면서 “외국인을 채용해도 기술 교육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결국 기초를 가진 외국인을 채용해야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뿌리기업은 타 기업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가 많다. 통상 2~5명(10~20%)씩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전체 종사자의 9.6%에 달하지만, 기능직 부족인원은 1만1880명(3.4%)로 가장 많았다. 기초적인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단순인력들을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현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행동에 나섰다. 부족한 외국인력 해소 방안도 내놨다. 신흥국 중심 뿌리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뿌리기술 협력센터’를 구축해 국제협력 기반을 마련한다. 작년 9월부터 해외 숙련인력 전환비자 확대 시행에 따라 뿌리산업에 배정된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쿼터가 기존 400명에서 1900명으로 확대됐다.
현장에서는 세부적인 제도 보완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소재 금형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숙련공 쿼터를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제도 시행에는 환영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잘 마련해야 한다”며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증가하면, 뿌리산업도 숨통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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