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고령화·후계자 부재로 뿌리산업 명맥 ‘위기’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국내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조·금형·열처리, 용접 등 뿌리기업은 내국인 구인이 어려워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를 의존하는 실정이다.
기존 인력들도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2023 뿌리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뿌리기업 연령별 종사자는 40대가 31.7%(23만2235명)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가 26.4%(19만3125명), 60대 이상이 10.1%(7만4295명)이었다. 30대 미만은 9.8%(7만1811명), 30대는 22.0%(16만904명)으로 전체 종사자 중 68.2%가 40대 이상이다. 이들이 은퇴할 경우 현장 인력이 크게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뿌리산업 종사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산업의 존폐를 우려해왔으나,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 노동력 부족을 넘어, 현장 기술을 전수받을 인력이 없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정 기간 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 기술 전수가 불가능하다. 또한 경영자의 고령화와 가업 승계 어려움은 세금 부담과 후계자 부재로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인력난에 더해 에너지비용 역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납품대금연동제에는 에너지비용이 포함되지 않지만, 뿌리산업의 특성상 에너지비용이 생산비의 30% 가량을 차지해서다. 에너지비용 상승이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는 에너지비용을 납품대금연동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납품대금제값받기위원회 회의’에서 류인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열처리, 금형 등의 뿌리산업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는데도 원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연동제 적용이 제외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인력난과 후계자의 부재, 증가하는 생산비 부담 등으로 우리 뿌리산업은 심각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뿌리업계 관계자는 “현장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가 없이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국인 기피 현상이 심화됐고, 무엇보다 기업을 이어받을 후계자의 부재가 다른 분야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경영자들이 은퇴하고 나면 사업을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