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제품 물량 공세, 우리 기업 매출에 영향 미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국내 제조업이 인구감소와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의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체에서 기업 체감 경기가 악화됐다. 이는 화학, 건설 등 전방 산업의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채산성이 떨어지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된 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생산 연령 인구(15~64세)가 3654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명 줄어들면서 제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약 10년 후에는 인구 3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KB경영연구소의 ‘120세 시대, 장수혁명이 가져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 5월 기준 994만명(19.2%)에 달한다. 내년에는 비중이 20.3%으로 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34.3%)이 노인 인구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제조업체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7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85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7000명(1%) 증가했다. 다만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가입 증가분을 배제하면 6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2년 7월 5만9000명, 지난해 7월 19만명, 지난달 기준 23만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89.6%가 제조업에 몰렸다. 내국인의 취업 기피로 발생한 제조업의 빈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저가공세도 우리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를 살펴보면, 중국기업들이 저가공세에 나서는 주된 원인은 중국내 완제품 상승이다. 중국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면 ‘밀어내기 식’ 저가공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의 저가공세는 이미 우리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까지는 영향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기업도 절반에 가까운 42.1%에 달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에 따른 피해는 국내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수출기업의 37.6%가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선택한 내수기업의 응답비중(24.7%)을 크게 앞섰다. ‘향후 피해 영향이 적거나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내수기업(32.5%)이 수출기업(22.6%)보다 높았다.
이들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52.4%의 기업이 ‘판매단가 하락’을 꼽았다. ‘내수시장 거래 감소’를 지목한 기업도 46.2%에 달했다. 이밖에도 ‘해외 수출시장 판매 감소(23.2%)’, ‘중국시장으로의 수출 감소(13.7%)’, ‘실적부진으로 사업 축소 및 중단(10.1%)’ 등도 있었다. 중국산 제품에 밀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마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 기간 소비 및 부동산 경기의 역대급 침체로 인해 6.94%(2020년 10월)에서 20.11%(2022년 4월)로 늘었다. 중국기업들은 과잉 생산된 재고를 해외에 저가로 수출하며 처분에 나섰다. 이에 재고율은 1.68%(23년 11월)까지 떨어졌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며 지난 6월 기준 완제품 재고는 4.67%로 다시 늘었다.
제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저가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며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 노동력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숙련직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외국 인력정책을 손봐야 한다”며 “현장직은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할 수 있지만 언어 등의 문제로 사무직에는 고용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더 취직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이나 지원금 등을 늘리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저출산 대책 역시 다시 수립하고 국가가 나서 출생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