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 3.4개 구독 서비스 이용에 매월 4만원 지출
'압도적 인기' OTT서비스 더불어 커피, 꽃, 김치 등 각종 구독 서비스도 인기
플랫폼 독과점, 지나친 다양화 등 구독경제 부작용도 속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그동안 콘텐츠·요식업 분야에 집중됐던 ‘구독 서비스’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5일 번들링·결제 전문업체인 방고가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이용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평균 3.4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또 매월 30달러(약 4만원) 수준의 요금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독하는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84%)였다. 그 다음은 애플뮤직, 멜론 등 음원(49%), 쿠팡 등 쇼핑 플랫폼(46%)이 순위에 올랐다.
OTT서비스의 이용 비율이 압도적이나, 최근 쇼핑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종전에는 없던 분야 서비스의 구독률도 오르고 있다. 정수기와 안마의자 등 가전제품은 물론, 커피, 꽃, 김치 등 각종 소비제품까지 구독하는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는 주요 이유는, 제품의 다양화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존 ‘선택 구매’ 방식에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는 원하는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정지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며, 공급 중단 및 지속을 간편하게 결정할 수 있어 소유권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세계 각국 경제 전문기관들은 불경기 가운데서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더 크게 확대된다고 본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주니퍼리서치는 2022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를 2756억달러(약 358조원)로 추정했다. 이후 연 평균 21.7%씩 늘어 2026년엔 5991억달러(약 778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KT경제연구소는 국내 구독경제 시장이 2025년까지 100조원으로 커진단 전망을 내놨다.
구독 서비스의 성장 원인은, 현재의 소비가 개인화된 일상생활과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 있다. 과거에는 한 가정 단위로 수신료를 내고도 리모컨 주도권을 갖기 위해 다퉜다. 대형마트 쇼핑은 가족들이 함께 움직이는 일종의 ‘행사’며, 본인이 원하는 물건도 마음대로 살수 없었다. 현재는 식구들이 각자 원하는 서비스를 구독하고 자기 방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쇼핑을 즐기는 형국이다.
일례로 한 가정 안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을 꼭 챙겨먹겠단 아버지는 건기식 서비스를 구독했다. 깨끗한 물과 편안한 휴식이 중요하단 어머니는 정수기와 안마의자를 구독했다. 회사원 자녀들은 편의점 구독 서비스를 통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구독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시장 규모를 키웠단 분석도 있다. 방고는 응답자의 35%가 자신이 매월 구독 서비스에 총 얼마를 지출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결제 방식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분야 구독 플랫폼이 지나치게 많이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넒어진 상황이다. 실제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고 싶다면 오로지 디즈니+를 구독해야 하며, KBO 야구 중계를 보고 싶다면 티빙을 구독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선 똑같은 목적을 가진 플랫폼을 굳이 2~3개 이상 구독해야 하는 셈이다.
또 일부 기업이 압도적인 구독자 수를 무기 삼아 은근슬쩍 요금을 올려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단 부작용도 있다. 산업 디자이너들의 필수 프로그램 어도비는 본래 제품가만 받고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월 구독제로 전환해 일정 수익을 확보에 나섰다. 그런데 올해 최대 13%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낳았다. 동영상 서비스 1순위 유튜브도 월 구독료를 43%나 일방적으로 인상했음에도 마땅히 제재할 방안이 없는 형국이다.
국내 K방송국 콘텐츠 사업 관계자는 “겉보기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지만, 마냥 희망만 가득하진 않다.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정리하는게 구독 서비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안정적 수익원이란 의미는, 기업 입장에선 안정된 수익이 사라질 수도 있단 뜻도 된다. 소비자가 용납 가능한 선에서 가격과 퀄리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