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기념 '공상의 방' 조성, 독단행정 논란으로 비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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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기념 '공상의 방' 조성, 독단행정 논란으로 비판 직면
  • 손봉선 기자
  • 승인 2024.11.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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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 절차 무시한 사업 추진 지적
전시행정 우려 속 책 읽는 문화 조성 요구
광주 북구의회 깃 (사진 = 광주 북구의회 제공) 
광주 북구의회 깃 (사진 = 광주 북구의회 제공)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광주 북구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추진 중인 '공상의 방' 조성 사업이 절차적 문제와 독단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19일 열린 광주 북구의회 제299회 정례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는 의원들이 집행부의 행정 방식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기대서 의원은 긴급 현안 질문을 통해 "예산 편성 심의 전 사전 보고 없이 실시설계 용역을 강행한 것은 독단행정의 전형"이라며 "구청장이 개인 치적을 위해 의회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기념사업이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데 대해 문인 북구청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미용 의원도 "법적 근거를 무시한 자문위원회 구성과 예산안 통과 전 사업 강행은 명백히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며 "구청장이 의회 지적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상의를 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강 작가가 지역사회를 위해 당부한 '책 읽는 도시'와는 달리 중흥도서관의 자료실은 비어 있고, 지역 서점과의 협력도 전무하다"며 "도서 구입보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인 북구청장은 이에 대해 "행정 절차상 부족함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며 "앞으로 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공상의 방'은 한강 작가의 문학적 영감을 떠올리며 조성되는 공간이다. 북구는 한 작가가 초등학생 시절 '캄캄한 방에 앉아 공상을 즐겼다'는 부친 한승원 작가의 회고에 착안, 1억8000만 원을 투입해 중흥도서관 1층 꿈나눔터에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공간은 2025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구의회의 잇따른 비판과 도서관 운영 실태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면서 해당 사업이 단순 기념을 넘어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구의회와 집행부 간 소통 부족이 공공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구의원들은 공공사업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요구하며 북구청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민들이 기대하는 책 읽는 문화 조성과 도서관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북구는 이번 사업이 지역 주민과 독서문화를 연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회와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는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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