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선율 기자] 고승덕·이상면·조희연 후보 4명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4 지방선거 서울교육감 후보자 토론회'에 출연해 안전문제, 선행학습금지법, 비평준화 교육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특히 비평준화 교육에서도 자립형 사립고 존폐 문제가 후보 간 공방이 가장 치열했다.
토론회 초반은 원만하게 진행됐으나 막바지에 갈수록 특정 교육단체를 놓고 색깔론과 후보자들간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해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강조되고 있는 학생 안전 문제와 관련, 네 후보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안전대책에 2조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소규모 유치원부터 안전명령을 내리고 안전전문가를 동행시키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지금껏 서울교육청은 무상급식 탓에 예산 부족하다는 타령만 했지 안전 컨트롤은 안한 것 같다”고 반문하며 "교육청 내 안전 전담조직인 학교생활안전과를 설치하고, 노후화된 학교 시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유착관계를 끊어야 한다"며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가 안전관리규칙을 만들고 있는데 서울시 교육청에는 이런 규칙이 없다"며 "학생안전조례를 입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안전하게 하겠다면서 학교 앞 호텔건립 규제는 완화하겠다는 거냐"며 "수학여행 때 네명을 한조로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안전 전담 교사는 열명 중 최소 한명으로 배치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토론주제인 '비평준화 교육체제'를 놓고는 엇갈린 의견들이 나왔다.먼저 조 후보가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며 "저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난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려 한다, 교과과정에 자율성 준다는 취지와 달리 현재 자사고는 수업료만 800만원~1천만원에 육박하는 등 부유층 위한 입시학교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자사고는 재단이 선택해 등록금을 내고 운영하는 것이며, 저는 사학을 존중한다, 자기들이 돈을 내 운영하는 건데 이걸 교육부·교육청이 일방적 잣대로 죽이기보다는 사학 의견을 존중해 자사고 운영을 고려하자는게 제 입장이다“고 반박했다.
고 후보는 "자사고 장단점을 따져보지 않고 평가하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교육은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진영 논리에 따라 미리 결정한 것은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자사고는 교과과정에 자율성을 주자는 것인데 부유층 학생들만 가는 입시 명문고로 왜곡되고 있다. 자유를 잘못 사용하는 게 문제"라며 "여러 조건을 단계적으로 고려해 일반고를 살린다는 큰 교육적 원칙 아래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자사고 존치 문제는 흑백논리로 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사정에 따라 잘하는 학교는 잘하도록 지원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하든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조 후보는 앞서 "문 후보가 자사고에 250억원을 불법 지원해 교육단체에 의해 고발당한 상태"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조 후보는 자사고 문제와 학생인권조례 등 여러 정책에서 전교조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맞섰다.
고 후보는 “문 후보는 선거 때만 되면 전교조를 공격한다”며 “이념을 버리고 교육은 교육답게 하는 교육감이 되라”고 가세했다. 이 후보 또한 "조 후보가 이념적으로 전교조를 대변해 말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거들었다.
막바지 자유토론에서는 교육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조 후보는 고 후보에게 "BBK 변호사와 철새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고 후보는 "근거 없는 비방이 나오다니 충격적"이라며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문 후보 또한 "히딩크 감독이 아무리 잘났어도 야구·농구 감독은 못한다"며 "고 후보는 변호사와 펀드매니저, 국회의원 등으로 교육관련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교육을 가볍게 보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고 후보는 "(타 후보들은) 대학에서 연구만 한 교수경력이 있는데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느끼고 해온 경험은 제가 더 많다"며 "학자가 할 수 없는 현장형 교육을 제가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와 소통이 안 되는 이유가 뭐냐", "문 후보가 건강이 안 좋아서 시의회와 예산 문제를 못 푼다는 설이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문 후보는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내 건강을 이렇게 귀한 자리에서까지 염려해줘서 감사하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