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효과 배제하면 0%대 초반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하는 등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물가 상승률 역시 매우 낮게 유지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가격 하락 품목이 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부 품목에 국한돼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전문가들도 현재 물가 수준이 저유가로 인한 영향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0.8% 상승해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후 0%대를 유지하고 있다.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지만 이마저도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가 없었다면 0%대 초반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정부는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류 제품 하락과 도시가스 가격 인하 및 농축산물 가격이 떨어진 것이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휘발유(-20.0%), 경유(-21.6%), LPG(-21.0%, 자동차용) 등 석유류는 국제 유가하락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내림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도시가스 가격은 6.1% 떨어져 전기·수도·가스가 2.6% 하락한 것도 물가상승률을 상당 부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농축산물 가운데서도 양파(-29.2%)와 감(-26.9%), 배추(-22.1%)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대폭 떨어지면서 영향을 미쳤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담뱃값 상승과 마찬가지로 석유류 및 도시가스 가격 하락도 1월의 특이요인”이라며 “석유류·도시가스의 물가 하락 기여도는 1.23%포인트로, 담배 상승 기여도의 두 배 이상”이라고 강조했다.담뱃값 인상의 물가 상승 효과를 석유류 가격과 도시가스 요금 하락이 상쇄했다는 의미다.일각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김 과장은 “가격 하락 품목이 석유류와 농산물 정도”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다만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날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물가상승률이 1%보다 낮으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빠진 국가가 선진국 33개국 중 82%(27개국)에 달하고 있어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대비 3.2%포인트 하락하는 등 세계 물가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으며, 최근 3년 평균 성장률은 2.8%에 그치는 등 성장세 하락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저하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토대로 한국이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물가상승률이 예상했던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의 행보를 보이면서 저물가가 계속되고 있다. 분명히 위험한 징조”라고 말했다.그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6%를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이 실장은 “2.6%가 아주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라며 “리스크를 주의깊게 봐야 하는 시점에 왔다. 정부가 '디플레이션이다, 아니다'를 말할 게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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