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조부모들이 손자에게만큼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식스포켓’ 현상이 불황의 물꼬를 트고 있다.50~70대 조부모 세대들의 연간 구매 금액은 부모세대 보다도 높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최근에는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피딩‘Feeding’족) 까지 생겨났을 정도다.5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완구를 구매한 50대 이상 고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증가했다.20대(10.3%)와 30대(14.6%), 40대(12.3%) 고객 증가율을 모두 앞지르는 수치다.특히 이 기간 50대 고객이 산 장난감을 가격별로 살펴보면 5만∼7만원의 고가 상품 판매량이 31.2% 급증했다. 3만∼5만원짜리 상품은 15.3%, 1만∼3만원짜리 상품은 27.5% 늘었다.온라인몰의 특성상 고객 수는 20∼30대가 많지만, 출산율 저하로 손주가 귀한 시대를 사는 50대 이상 고객의 지출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게 인터파크 측의 설명이다.실제로 아이 하나를 위해 엄마·아빠와 조부모 등 가족들이 적지 않은 소비를 하는 현상이 보편화하면서 교육시장에 이어 유통업계에서도 ‘원 차일드 식스 포켓’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아이 1명에게 들어가는 돈이 부모와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소리다.이런 현상을 반영해 유통업체들도 완구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12월 삼성동 코엑스몰에 완구 전문점 ‘아이토이즈’를 열었다.이곳에서는 국내업체인 영실업과 해외 브랜드인 레고·디즈니 등 국내외 30여가지 브랜드 상품 450개를 판매한다.미국의 대형 장난감 유통회사 토이저러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중인 롯데마트는 지난해 8월 온라인몰을 추가로 열었다.2008년 260억원이었던 토이저러스 매출은 지난해 1850억원으로 늘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매출 증가율은 매년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롯데백화점도 이달 할머니·할아버지 고객을 위해 ‘손주의 날’ 행사를 연다.롯데백화점의 아동·유아 상품군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 해 50~70대 고객의 연간 평균 구매 금액이 30대 보다 6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유아 상품군에서 연간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50~70대 큰 손 고객도 2011년 8500명에서 2014년 1만명으로 최근 3년 사이 20% 이상 증가했다.인터파크 관계자는 “2013∼2014년 50대 이상의 유아용품과 완구 구매량이 약 15% 늘었다”며 “저렴한 상품은 주로 이모나 삼촌 등 젊은층이 찾고, 5만원 이상의 고가 장난감일수록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