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악동 '찌라시'의 양면성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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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악동 '찌라시'의 양면성 [대해부]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0.01.25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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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고 사는 건 이 안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대우자동차판매(주)가 항간에 떠도는 루머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회사가 곧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돈 것. 이에 대우차는 발끈했다. 어떻게든 발본색원하여 함부로 놀린 입을 잘라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루머가 반대로 덕(?)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M&A설이나 오너 일가에 관련된 루머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이를 이용하려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곤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 기업들 입장에선 이러한 설들이 달갑지 않다. 


▲ 여의도 증권가 일대 전경.
한때,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떠돌던 정보지가 말썽이 된 적이 있다. 수사당국까지 나서 발본색원하려했지만 끝끝내 진원지를 찾지는 못했다. 흔히들 찌라시라고 일컫는 이 정보지는 아주 비밀스럽고도 음밀하게 누군가에 의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달된 까닭이었다.

이리하여 이 찌라시는 루머, 설(說), 카더라통신과도 일맥상통하는 증권가의 은어이자  악동으로 군림하게 됐다.

여의도 증권가 악동 ‘찌라시’ , 과연 거짓만?

<매일일보>이 입수한 몇몇 찌라시를 살펴보면, 그 내용의 범위는 실로 넓다. 각계각층을 막론한 뒷담화가 주를 이룬다. 이 중 정계를 비롯한 재계, 연예계의 동향 및 뒷얘기는 언론에 공식 출고되지 않은, 상큼하고도 따끈따끈한 얘기들이어서 이를 접한 이들의 말초신경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를 접한 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은 단순한 흥미 거리 정도로 치부해버리는가 하면, 다른 한 켠에서는 이를 사뭇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엔 활용의 가치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지난해 9월 결혼한 LG그룹의 황태자인 구광모씨의 경우가 그렇다. 구씨가 결혼하기 몇 개월 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그의 결혼설이 암암리에 나돌았다. 당연히 LG그룹측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므로 알 수가 없다며 딱 잡아뗐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 결혼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각계각층 시시콜콜한 얘기를 담은 증권가 ‘찌라시’, 일부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왕왕’
기업들 발본색원 나섰지만, 피해만 고스란히 입어…일부는 선정보로 덕보기도 해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구씨의 결혼상대인 정효정씨의 집안. 정씨는 식품원료 전문업체인 (주)보락의 정기련 대표의 첫째 딸이었고, 결혼이 거의 기정사실로 드러날 즈음 (주)보락의 주가는 대폭 상승했던 점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씨는 향후 재계 서열 4위의 LG그룹을 이끌어갈 황태자 신분이었기 때문. 당연히 사돈기업인 보락에게는 향후 유ㆍ무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미리 입수한 투자자들은  보락의 주식을 저가일 때 사들여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찌라시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M&A설의 경우엔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특히나 많다. CJ의 온미디어 인수를 보더라도 그렇다. 오리온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알짜배기 계열사인 온미디어를 매각하려한다는 설이 나왔을 때였다. 몇몇 대기업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에서부터, 구체적인 협상금액도 나왔다. 하지만, 오리온측은 온미디어를 매각할 의향이 없다고 일축했고, 상대편으로 나온 기업들 역시 잡아떼기에 급급했다.

특히, CJ의 경우 미디어공룡을 일구기 위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인수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지만, CJ는 그럴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M&A설에 거론된 기업들이 하나같이 극구 부인을 했던 탓에 온미디어의 매각설은 찌라시상에 떠도는 루머정도로 묻히는 듯했다.
이 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쯤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렇게도 발뺌했었던 CJ가 온미디어를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

때문에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온미디어측은 매각설이 나왔을 당시 금융당국의 조회공시 요구에 번복까지 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는데, 매각 계획 중이라고 했다가 이내 곧 없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결국엔 찌라시에 나온 내용대로 드러나자 일부 투자자들은 아예 허위 공시를 한 온미디어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지난해 롯데의 (주)기린 인수가 있다. 부산의 대표기업인 쌀과자업체 (주)기린은 롯데에 인수되기 전 이미 찌라시에서 매각설이 나왔다. 5~7개 대기업이 인수자로 거론됐다. 유력인수자로는 롯데와 대상, CJ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이름이 올랐다. 특히, 롯데는 부산에 기반을 둔 기린의 공장부지를 탐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기린측은 매각설이 나왔을 당시 전혀 사실무근이며, 회사가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자생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방침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반응은 비단 기린뿐만 아니라 롯데를 비롯한 인수자로 거론된 대부분의 기업들 역시 비슷했다. 금시초문이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 그랬던 롯데가 기린을 전격 인수하면서 루머는 사실로 드러났고, 기린의 주가는 롯데의 인수로 상승했다. 

M&A설이나 오너 일가에 관한 루머는 해당 기업에 유무형적 영향 끼쳐
일부, 고의로 거짓정보 흘려 주가를 띄우거나 M&A시 인수금액 낮추기도
 

이런 몇몇 예를 볼 때, 찌라시에 등장한 내용이 모두 거짓은 아니었음은 알 수 있다.
특히, M&A의 경우엔 그 특성상 드러내놓고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간에 오가는 협상내용이 알려지게 되면,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유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찌라시에 나온 루머, 설들이 100%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거짓이라고도 단정 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인 즉슨, 이해관계에 얽힌 인물이나 기업, 당사자들이 루머를 고의적으로 여의도 증권가에 흘린다는 것. M&A나 기업사냥에서는 이를 종종 이용하려는 작전세력들이 존재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롯데의 기린 인수설이나 CJ의 온미디어 인수설이 나왔을 때도, 해당 기업측 관계자들은 “상대편 기업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측에서 매각금액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인수금액을 낮추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찌라시가 달갑지 않은 기업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찌라시에서 거론 된 것 자체만으로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최근 워크아웃설에 시달렸던 대우자동차판매(주)를 보더라도 그렇다. 대우자판은 검찰에 고발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으며 루머 진화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우자판은 워크아웃설로 인해 주가폭락은 물론 회사 신인도 추락 등으로 투자자에 대한 신용평가 하락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한때, 건설업계에서는 ‘부도설’ 때문에 루머와의 전쟁을 벌였던 적이 있다. 서브모기지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속에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대형 건설사를 막론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몇몇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부도설’에 휩싸였다. 찌라시상에서 등장한 이들 건설사들은 검경에 수사의뢰를 한편, 자체적으로도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끝내 찾을 수는 없었고, 해당 건설사들은 신인도 하락과 수주 감소, 주가 하락 등 유무형적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만 했다. 


"찌라시는 루머, 설(說), 카더라통신과도 일맥상통하는 증권가의 은어다.
이러한 찌라시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기업들의 자체 노력이 최선의 방어책이란 게 재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 찌라시에 등장하는 기업이나 오너 일가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는 그 시초가 내부의 적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집안 단속과 함께 수시로 증권가 정보를 확인, 루머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루머가 난무하는 M&A시장에서는 일희일비가 더 잘 나타난다. 회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고의로 거짓정보를 흘리는 가하면, 작전세력이 흘린 거짓정보에 의해 먹잇감이 된 기업의 주가는 하락, 결국 저가에 팔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를 적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하루에만 수백수천건의 루머가 오가는 증권시장에서 진위를 가리기란 실로 어렵기만 하다.

집안단속이 최선의 방어책

따라서 이러한 루머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기업들의 자체 노력이 최선의 방어책이란 게 재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 찌라시에 등장하는 기업이나 오너 일가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는 그 시초가 내부의 적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집안 단속과 함께 수시로 증권가 정보를 확인, 루머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H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주가는 초각을 다툴 정도로 민감하다보니 해당 기업에 대한 특정 정보는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관장하는 3주체인 기업과 증권사, 그리고 투자자들의 집합소인 이 곳 여의도가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정보지의 진원지로 불리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이어 “때문에 찌라시에 등장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일 수는 없지만, M&A나 기업 오너 일가등에 관한 신변잡기적인 루머는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해당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찌보면 찌라시라는 것은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자에게는 덕이 될 것이고, 반대로 해를 입히는 양면성을 지닌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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