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상품권과 고가 선물 판매 감소는 물론 고급 음식점, 술집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직원, 교직원에 대해 직무와 관련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 요구, 약속을 금지하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제정이 당장 소비위축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고가 선물과 상품권 및 위스키, 와인 등의 판매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의 경우 일단 상품권과 선물 판매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상품권이나 선물 등의 명절장사가 그나마 매출을 견인해왔는데 김영란법 통과로 주요 구입처인 법인들의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명절 선물세트의 30∼40%는 법인이 구입한다”며 “상품권의 경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현금에 비해 거부감이 적어서 수요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골프장이나 고급 음식점, 술집 등은 고가의 접대 문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지정한 한도를 금방 넘을 수 있다.
주말 접대 골프는 보통 1인당 대략 5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피만 25만원을 넘고, 캐디피, 카트비 등을 합치면 30만원을 넘는다. 여기에 주류와 간식, 식사에 5만원이 들고 선물은 별도로 약 10만원이 소요된다.
1명으로부터 접대 골프를 6번만 받아도 300만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이 직격탄을 맞으면 골프장 주변의 지역 상권 침체까지 우려된다.
또한 양주 한 병에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술집에서는 1번의 접대만으로도 100만원을 넘길 수 있고, 1인당 수 십 만원씩 하는 고급 음식점도 같은 사람에게서 몇 차례 접대를 받아도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자영업자들은 겨우 내수 불씨를 살려내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셈이라며 지적한다.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불황에 매출은 계속 줄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접대를 받는 사람이 김영란법의 대상자가 돼 장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토로했다.
반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법이 시행되면 적용 과정에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히려 김영란법을 계기로 경제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투명해져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