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측과 금융당국간 전쟁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황 전 회장이 과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그릇된 파생상품 투자 지시를 내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업계 유례없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로 인해 외압설에서부터 관치논란까지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런 수많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황 전 회장은 자진 옷을 벗었다. 이후 황 전 회장은 안정을 조금 되찾은 뒤에야 금융당국에 결투를 신청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이들 간의 싸움에 제3의 인물까지 등장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황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하는 시각이다. 이에 <매일일보>이 이들 간 막장 결투 속으로 들어가 봤다.
일각, 금융당국의 황 전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 조기 취하 목적의 압박용 전략
불명예를 안고 등 떠밀리듯 물러나야만했던 금융업계의 살아있는 신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금융당국을 상대로 칼을 빼어든 것. 이때가 지난해 12월경이었다. 황 전 회장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자진 사퇴한 이후 2개월이나 흐른 뒤에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은행, 황 전 회장 최측근 인사 수사 의뢰 왜?
그런데 최근 이들 간의 싸움에 제3자까지 가세하면서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검찰이 우리은행 전 고위간부 2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우리은행측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수사의뢰를 한 대상은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A모씨외 1인. A씨는 지난 2005~2007년 CDO·CDS 등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를 주도해 1조6천억원대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말들이 많다. 이미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직원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우리은행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전무하기 때문에 소송의 적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언론 등에 오르내리면서 기업 이미지 하락 등 유무형적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의 수사의뢰는 뒷말을 낳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의 궁극적인 타깃은 따로 있다는 시각이다. 그 대상은 바로 황 전 회장. 황 전 회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기는 했지만 금융위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