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무소유' 수록 유지 남기고 열반
[매일일보] 법정(法頂·78) 스님이 11일 자신이 창건한 서울 성북2동 길상사에서 오후 1시51분 열반에 들었다.10일 밤 법정 스님은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어리석은 탓으로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법정 스님은 또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며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법정 스님은 앞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난주 초 저서 ‘무소유’에 수록한 유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는데, 이를 통해 “번거롭고 부질없고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라”며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갈 것”이라며 아울러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마라”고 당부했다.법정 스님은 ‘무소유’, ‘일기일회’ 등 자신의 출판물에 대해서는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나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다비, 13일 오전 11시 송광사 = 법정 스님의 다비<사신(死身)을 태워서 그 유골을 매장하는 장법(葬法)>는 13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진행된다.송광사 측은 11일 “스님의 유지에 따라 일체의 장례 의식을 거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화나 부의금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관, 염 등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에 따라 관 대신 생전에 가끔 쓰던 대나무 침상을 사용한다. 수의 역시 준비하지 않고 입던 옷을 입고 마지막 길을 보낸다는 방침이다.분향소는 서울 길상사, 전남 송광사 외 부산, 대구, 대전, 춘천, 광주, 전주 등지에 마련된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