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흥국發 금융시장 변동성 대비해야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신흥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둔화와 강달러, 원자재 가격 추락 등과 같은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30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주요 10개 신흥국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전일 71.6까지 추락했다.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한국은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여타 신흥국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신흥국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영향은 받을 것으로 보인다.원자재 가격 추락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러시아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등을 꼽을 수 있다.대표적인 산유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베네수엘라는 특히 저유가에 몸살을 앓았다.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더해 저유가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 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인도네시아는 수출의 60% 이상을 원자재에 의존하는 나라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말레이시아 역시 원자재 가격 폭락이 달갑지 않다.철광석, 망간 등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원자재 가격 폭락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주요 신흥국은 십수년 만에 통화가치가 최저치를 찍었다.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올해 21% 떨어졌다. 터키 리라화 가치도 올해 초 대비 15%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통화 약세가 심각해 수출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 가치가 올해 8% 하락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외환보유액도 올 6월 기준 108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여타 신흥국으로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이런 가운데 이르면 올해 9월부터 시작될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들 신흥국에게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그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은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줄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채가 많고 외화 보유고가 적은 신흥국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신흥국의 대외 채무는 2008년 말 1조2000억달러(약 1392조원)에서 2조8000억달러(3249조원)로 대폭 늘어났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특히 과대평가된 시장과 신흥국의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다만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로 꼽힌다.한국의 단기 외채는 2010년 1400억달러(156조원)에서 2015년 현재 1153억달러(129조원)로 줄어들었다. 외환보유고도 3700억 달러(414조원)로 풍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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