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은 지난 2007년 9월부터 계열사인 일진레저(주)를 통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덕성리 산83-1일대(101만㎡)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환경성영향평가까지 모두 마친 상태이며 앞으로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등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삽을 뜰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말 이 일대 농지 및 임야를 소유한 땅소유자가 일진레저에 증여를 하면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증여자가 바로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둘째딸로 알려진 승은씨(43)였던 것.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승은씨가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부터 일진레저에 증여하는 과정까지 몇가지 의문점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매일일보>은 덕성리 일대 현장답사와 더불어 용인시청을 비롯한 처인구청, 이동면사무소등 관할 주무관청 관계자와 덕성리 마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꼼꼼히 짚어봤다.
일단 승은씨가 소유한 농지(전, 답)는 덕성리 25번지부터 366번지까지 77필지 그리고 인근 마을인 시미리 3필지를 포함해 총80필지(111,905㎡)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은씨가 이 일대 농지등을 사들인 시점은 지난 2001년 11월경이었다.
덕성리 일대는 덕성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 2002년 11월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승은씨는 지정되기 이전에 이미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취득했다. 이는 승은씨가 농지를 취득하는 데 있어 오직 ‘농지법’에 의해서만 적용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에 농지를 취득했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되는데, 승은씨의 경우 지정 이전에 이미 농지를 취득했으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아닌 농지법에 의거해 농지를 취득한 셈이 된다.
하지만 승은씨는 <매일일보>의 취재 결과 농지법상 몇 가지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소유면적 제한. 농지법상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하려면 소유면적에 제한을 받는다. 주말․체험영농을 목적으로 1000㎡미만에 한해서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농지법 제6조 농지 소유제한, 7조 농지 소유 상한>
둘째, 사업목적 위반. 농지법에서는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하려면 반드시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농지를 취득한 후에도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농지법 제10조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농지 등의 처분>
이동면사무소 산업계 관계자는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하려면 반드시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한 후 사업목적(농업경영)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1년 단위로 토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 적발토록 하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일때는 더 엄격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적발시, 사업목적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고 이도 안 되면 현 공시자가의 20%를 벌금부과하며 이렇게 해서 이행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에 처분명령을 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지법 제10조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농지등의 처분 및 11조 처분명령과 매수청구>
셋째, 농지취득자격발급의 적격성.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할 시에는 반드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관할 주무관청장으로부터 신청, 허가를 받아 발급받도록 돼 있다. <농지법 제8조 농지취득자격증명의 발급>
승은씨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지난 2002년 2월16일에 80여필지 농지 및 임야에 대해 일괄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비영농인이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을 하게되면 해당 주무관청(당시 이동면사무소)은 현장실사를 통한 ‘소유면적’, ‘사업목적’ 여부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증명서를 발급하게 돼 있다.
그런데 승은씨는 ‘소유면적 제한’을 훨씬 초과했으며, 실제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문제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일자. 이동면사무소에 보관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대장’을 확인한 결과 등기원인일보다 뒤늦은 2002년 2월16일에 발급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승은씨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기 이전에 이미 농지 매매거래 계약이 이뤄진 셈이다.
이어 그는 “이유는 비영농인이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 신청해야하는데, 해당 주무관청이 현장 실사를 통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발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거래가 이뤄지고 나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은 적접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고 설명했다.
다섯, 시세차익 노린 투기 여부. 농지법에서는 농지는 농업경영을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투기의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농지법 제3조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
<매일일보>은 처인구청 부동산관리과에서 승은씨가 소유한 덕성리 일대 몇몇 농지의 토지대장을 확인해본 결과 2006년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1㎡당 3만원선이었고 2009년 1월 공시지가는 6만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승은씨가 소유한 농지가 11만㎡일 때 2006년 총25억이었던 게 2009년에는 70억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만일 최초 매매당시와 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승은씨는 이보다 더 큰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여진다.
여섯, 승은씨에게 땅판 허모씨라는 사람에 대한 의문. 승은씨가 소유한 토지의 등기부등본상에서는 승은씨는 대부분 허모씨라는 사람에게서 땅을 사들였는데, 이 허씨라는 사람은 앞서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에게서 넘겨받은 것으로 돼 있다. 허씨가 허 회장으로부터 땅을 넘겨받은 시점은 지난 1998년 4월부터 8월까지.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허씨가 짧은 기간동안 주소지를 몇 차례에 걸쳐 바꿨다는 사실이다. 86번지의 경우 용인시 이동면 덕성리 로 돼 있었고, 25번지 경우에는 용인시 구성읍 보정리, 그리고 승은씨에게로 소유권을 이전할 때에는 서울시 양천구 목동으로 주소 이전한 것으로 나타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