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하 이후 한국 부도위험 급등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세계경제에 9월 위기설이 돌면서 한국경제에도 불안감이 드리우고 있다.지난 7월 처음 위기설의 핵심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 증시 급락,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등 3가지 악재가 9월에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와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중 그렉시트 악재가 채권단과 그리스의 협상으로 해소되면서 위기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하지만 최근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어지면서 세계경제에 새로운 불안감으로 떠올랐다.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신흥국들의 외환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자국 통화가치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다.이들 국가 이외에도 브라질과 칠레, 멕시코 등과 같은 남미 국가와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의 공통 배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중국의 경기둔화 영향으로, 또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이중삼중의 문제를 겪고 있다.수치 상으로도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신흥국들의 경제도 덩달아 침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실질적으로 1%포인트 하락할 경우, 그 다음 해에 다른 아시아 국가의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한다. 특히 충격파가 큰 나라는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이다. 일본과 인도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실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한국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도 급등했다.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3일 63.10bp(1bp=0.01%)까지 올라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여기에 1994년 단행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아시아 외환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말레이시아 금융불안 심화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 역시 “현지 금융불안이 한층 더 심화되면서 주변국으로 확산되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이 같은 위기설에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늘면 우리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큰 만큼 우리 수출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그렇지만 위기설이 위기로 현실화 되었을 때 대처하기에는 너무 늦는다. 특히 우리의 경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한 상태에서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폭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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