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채 비율 상승폭 신흥국 中 한국이 2위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15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 12개국과 신흥 14개국을 대상으로 가계와 정부,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왔다.
한국의 가계부채(소규모 자영업자 부채 포함)는 작년말 현재 GDP 대비 84%로 신흥국 평균(30%)의 2.5배에 달했다.
조사대상 신흥국 가운데 한국에 비해 이 비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
신흥국 중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69%, 홍콩이 66%, 싱가포르가 61%로 한국 다음으로 높았다. 남아공(37%), 중국(36%)은 30%대에 머물렀고 브라질(25%), 터키(21%), 러시아(20%)는 평균 이하였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선진국 평균(73%)보다 높다. 이탈리아(43%), 독일(54%), 프랑스(56%), 유로존(61%), 일본(66%), 스페인(71%), 미국(78%)은 한국보다 낮았다.
한국보다 높은 곳은 스위스(120%), 호주(119%), 캐나다(93%) 정도였다. 영국(87%)과 스웨덴(83%)은 한국과 비슷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지난 2007년 말에 비하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7년 만에 1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신흥국들의 평균 상승폭(10%포인트) 보다 높다. 선진국 평균 상승폭은 -7%포인트이다.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에 비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나라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높고 상승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또 한국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의 대출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를 제외한 순수 가계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작년 말 현재 73%로 2007년 말(63.8%)에 비해 9.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은 정부 핵심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작년 말 현재 38%로, 2007년 말에 비해 14%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에 국고채 발행 잔액이 211조원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이다.신흥국 가운데 남아공(23%포인트)을 제외하고는 상승폭이 가장 컸다.핵심 부채란 채권 발행액, 예금으로 받은 금액, 대출받은 금액만 해당하는 것이다. 공사대금 등과 같이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기타 부채 항목이 배제돼 있어 국가별 비교시 정확성이 높아진다.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핵심 부채는 국고채가 대부분이고 예금으로는 국민주택기금 등이 있다. 대출은 회기 중에 한국은행에서 빌렸다가 연말이 되기 전에 갚기 때문에 양곡회계 외에는 거의 없다.한국의 비금융 부문 기업 부채는 GDP 규모를 넘어섰다. GDP 대비 비율이 2007년 말에 91%였던 것이 작년 말 105%로 뛰었다.한국의 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신흥국 중에서 홍콩(217%)과 중국(157%) 다음으로 높았다. 신흥국 평균(94%)과 선진국 평균(81%) 보다도 높다.선진국 중에 기업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곳은 스웨덴(165%), 프랑스(124%), 스페인(111%), 캐나다(104%), 유로존(103%) 등이었다.가계와 기업, 국가 부채를 모두 합한 총 부채의 GDP 대비 비율로는 한국이 228%로 신흥국중에서는 홍콩(287%), 싱가포르(242%), 중국(235%) 다음으로 높았다.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독일(191%)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금융위기 이후 총부채 상승폭은 한국이 40%포인트로, 신흥국에서는 역시 홍콩(103%포인트), 중국(82%포인트), 싱가포르(59%포인트) 다음으로 높았지만 선진국에서는 독일(10%포인트), 미국(21%포인트)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낮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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