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재계 순위 40위권에 드는 웅진그룹이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을 선언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상 야릇한 소문이 돌고 있다. 웅진의 화장품 시장 진출 선언이 있은 직후 M&A시장에서는 웅진의 코리아나화장품 인수설이 흘러나온 것. 실제로 이 소문으로 인해 한때 웅진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리아나화장품으로서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M&A설이 제기되자 울상을 짓게 만들었다. 더욱이 앞서 웅진의 화장품진출설이 나왔을 때도 코라아나화장품 오너는 “웅진의 진출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웅진측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배신감마저 들게 했다. 나아가 M&A설에 대해 웅진은 코라아나화장품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 황당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형제기업처럼 지내온 웅진과 코리아나화장품간의 빗나간 우정을 조명하기에 분주하다.
웅진, 국내 화장품시장 진출 선언에 친구기업인 코리아나화장품 ‘얼떨떨’ 일각, “웅진이 증권가에 소문 흘려 국내 시장 안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
최근 웅진이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는데,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웅진의 형제기업이나 다름없는 코리아나화장품과 연결시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친구기업 텃밭에 비수 꽂은 '웅진'
사실 웅진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것은 정확히 말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88년, 웅진 윤석금 회장과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은 코리아나화장품을 공동 창업했다. 당시 사업구상은 유 회장이 하고, 자금은 윤 회장이 지원해주는 식으로 창업을 했다. 이후 코리아나화장품은 창업 5년만에 업계 4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웅진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둘은 끝내 헤어지는 수순을 밟게 됐다. 윤 회장이 보유한 코리아나화장품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웅진의 여유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유 회장 역시 이를 기점으로 웅진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된 ‘코리아나화장품’을 경영할 수 있었다. 당시 불가피한 상황으로 결별하기는 했지만, 둘은 서로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윤 회장과 유 회장은 당시 웅진이 향후 10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약속을 맺었다고 한다. 물론 약속의 범위는 국내 시장에 국한된 것이었다. 이에 웅진은 눈을 돌려 중국 시장에 진출, 지난해에는 연매출 300억원을 올리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지나, 올해로 윤 회장과 유 회장간 맺은 약속은 종료되는 시점을 맞았다. 지난해 말 웅진이 중국 시장에서 성장을 내자, 일각에서는 윤 회장과 유 회장간 맺은 약속종료기간을 상기시켜 웅진의 국내 시장 진출설을 제기했다.
이 설이 신뢰를 갖게 된 것은 앞서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의 발언도 한 몫 거들었다. 지난해 말 홍 사장은 “국내 화장품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쯤이면 검토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웅진의 국내 화장품 시장 진출설에 대해서 유 회장은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진정시켰다. 그는 “윤 회장은 나와 나쁜 사이가 아니다. 코리아나화장품과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또한 국내 화장품 시장이 예전같이 않다. 웅진화장품을 방문판매조직을 활용해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웅진그룹은 중국시장에서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한 만큼 중국시장이 큰데 굳이 한국 시장처럼 복잡한데서 출혈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자 웅진의 국내 화장품 진출설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 회장의 발언이 있은 후 불과 한달여만에 윤 회장은 시장 진출을 선언 해버렸고,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다시 윤 회장과 유 회장간의 빗나간 우정을 곱씹어대는가하면 상도덕을 저버린 기업간 경쟁이 낳은 비극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웅진의 화장품 진출 선언 당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기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코리아나화장품을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그 이후에 터졌다. 웅진이 코리아나화장품을 인수할 것이라는 M&A설이 돈 것이다. 당연히 코리아나화장품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하지만 웅진의 태도는 코리아나화장품과는 달라 보였다. 만일 코리아나화장품에서 제의를 해온다면 인수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앞서 윤 회장과 유 회장간의 빗나간 우정 그리고 기업간 밥그릇 쟁탈전이 낳은 비극을 거의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웅진의 고의적 플레이?
그런데 항간에서는 웅진의 코리아나화장품에 대한 돌변한 태도를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일각에서는 웅진의 시장 진출은 접어두더라도 코리아나화장품과의 M&A설에 대해선 웅진이 고의적으로 M&A시장이나 증권가에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회장이 지적한대로 국내 화장품 시장이 예전처럼 방문판매를 통해 실적을 내기란 힘든 상황에서 웅진이 국내 시장에 단시일내에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 웅진에서 떨어져나간 코리아나화장품을 다시 인수하는 게 가장 빠를 것이라고 판단, 웅진이 M&A설을 전략적으로 흘렸다는 시각이다. 즉, 웅진이 증권가등에 이같은 소문을 흘림으로써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의 웅진에 대한 기업 이미지 상승과 소비자 인식을 제고시키는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룹 홍보를 맡고 있는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그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굳이 웅진이 증권가에 흘릴 이유는 없다”며 “웅진의 화장품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계열사 웅진코웨이측에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도 국내 화장품 진출은 언론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때문에 진출시기나 브랜드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알고 싶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