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재계에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식을 줄 모르는 반도체 사랑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너무 편향된 사랑이라는 것.
몇 해 동안 유동성 위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에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김 회장은 귀를 막아버린 듯하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동부하이텍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회장은 갖가지 묘책을 냈지만 정상화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 회장은 최근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승부수를 띄웠다.
<매일일보>이 식을 줄 모르는 김 회장의 반도체 사랑을 살짝 들여다봤다.
동부하이텍 반도체 사업 살리려다 우량 계열사에 부실 전가 우려, ‘소탐대실’격
2007년부터 최근까지 총 2200억원 이상 지원사격…일각 “안정장치는 걸려있는데 뭘”
김준기 회장이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한 최대 승부수를 띄웠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동부하이텍 반도체 사업부문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실 사업을 정리하기보다 오히려 우량 계열사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이른바 ‘소탐대실’격이며 나아가 그룹 전체로까지 금융경색등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유별난 반도체 사랑
지금까지 김 회장의 반도체 사랑은 매우 특별했다. 아니 유별나기까지 했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의 주력 분야이자 우량 계열인 건설, 제철, 보험을 제치고 애정 순위 1위에 올렸다.
그러나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 동부하이텍을 회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 회장은 최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승부수를 띄웠다. 동부하이텍의 우량 사업부문인 농업부문을 분사시켜 동부한농이라는 새로운 계열사를 출범시켰고,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자금과 또, 동부메탈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모아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재계 우려 목소리에 귀 막은 회장님
김 회장의 이러한 반도체 사랑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지난 4월27일 ‘동부하이텍 구조조정 평가’를 발표했다.
지난 2007년 10월, 동부정밀화학 지분을 165억원에 동부씨엔아이에 매각을 시작으로 2009년 12월, 동부메탈 지분을 720억원에 동부정밀화학에 파는 등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동부하이텍과 계열사간에 이루진 자금이동만 무려 총 2231억원에 달한다.
한편, 경개연은 김 회장의 반도체 사랑에는 안전장치가 걸려있다고 주장했다. 경개연은 “동부화재 지분 처분대금 927억원 외에 1957억원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애초 약속한 3500억원을 모두 출연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사재출연 약속은 지킨 셈”이라며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회장은 부실한 동부하이텍에 추가 출자를 하는 대신 알짜배기 자회사인 동부메탈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재출연 명분도 살리고 개인의 위험도 최소화하는 실속을 챙겼다”고 김 회장의 부도덕성을 꼬집었다. 이어 경개연은 “동부하이텍 구조조정과 사재출연이 그룹 지배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2007년 말부터 2009년 말까지 동부그룹 계열사 지분변동 내역을 보면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부화재 지분이 12.1%에서 7.87%로 4.23% 줄기는 했지만 김 회장의 아들 김남호(14.06%)와 딸 김주원(4.07%), 동부문화재단(5.00%)을 합쳐 31.44%를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안정적인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개연은 “재벌총수 일가의 지배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업자율을 강조하는 구조조정은 총수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계열사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