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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직장 여성 31.4%가 육아 문제로 취업을 중단한 적이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15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이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됐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증명된 셈이다.취업 중단 이유로 43.0%가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음’을 꼽았다. 이어 ‘몸이 힘들어서’ 27.0%, ‘일이 육아에 지장을 줘서’ 16.0%, ‘맡기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6.7% 등의 순이었다. 전업주부의 경우 64.9%가 취업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양육과 가사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어서’라는 답변도 21.5%에 달했다.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서’는 8.3%에 불과했다.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77.9%가 추가로 자녀를 낳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자녀가 1명인 경우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는 이유로 ‘현재 자녀로 충분해서’라는 응답이 29.9%로 가장 많았지만 ‘영유아 양육비용 부담 때문에’가 27.8%, ‘취학 후 교육비 부담 때문에’ 21.3%, ‘직장생활로 바빠서’ 12.0% 등으로 나타나 결국 양육에 따른 부담이 추가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우리의 저출산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미국 재무장관으로는 6년 만에 방한한 제이컵 루 장관이 지난 3일 한미 재무장관회담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정식 의제도 아닌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질문했겠는가. 그만큼 외국도 우리의 저출산 문제를 고령화와 연계해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傍證)이다.저출산은 생산 가능 활동 인구 축소를 불러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국가 정책만으로는 저출산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요인들이 가임 여성들의 출산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생활과 육아의 병행이 현실 속에서 부딪힐 때 대부분의 여성의 경우 직장을 포기한다. 이러한 사회적 경험이 축적되다보니 갈수록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확산되는 것이다.장기적 관점에서 저출산은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고객이 줄어 소비시장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단기적 이익이 급한 기업들로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볼 여력이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저출산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내년부터 생산 가능 활동 인구가 줄어든다. 이제라도 저출산 해결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