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이 최근 날벼락을 맞아 그만 넋을 잃을 뻔했다. 최 회장이 2002년 한신공영을 인수할 당시에 빌린 돈이 빌미가 됐다. 최 회장에게 340억원이란 거액의 돈을 빌려준 김모씨가 최 회장이 당초 계약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 법원에 최 회장등을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 회장은 김씨의 난데없는 공격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김씨를 사기 혐의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재계에서는 의문의 꼬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매일일보>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풀스토리를 알아봤다.
최 회장측, “돈 다 갚았으며 김씨가 제출한 서류는 위조된 것” 반박…김씨 상대로 형사고소
최용선 회장이 재계에 다크호스처럼 등장한 시점은 지난 2002년 말께였다.
국내 건설업계 시공순위 30위권에는 드는 1세대 중견종합건설업체인 ‘한신공영’을 전격 인수하면서다.
최 회장의 파란만장한 한신공영 인수기
모든 이목이 최 회장에게로 쏠렸다. 지방에서 협승토건이라는 조그만 건설사를 운영하던 전북 전주 출신의 이름 모를(?) 사업가가 큰일을 냈으니 당연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가리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고 비유했다.물론 최 회장 본인이야 ‘준비된 새우’라고 항변하며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짐짓 멋쩍어했다.사실 최 회장의 집안 내력을 비춰 보면 그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었다. 최 회장은 우성그룹을 이끌었던 최주호 회장의 조카였다. 한때 최주호 회장의 장남이자 최 회장에게 있어선 사촌동생인 최승진씨가 설립한 우성건설이 부도나자 이를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불발로 끝났다. 이를 볼 때 그는 이미 재계의 잠룡이었으며 그의 등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이다.여하튼 최 회장이 한신공영을 인수하고 나서부터 회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국내외 굵직한 사업 수주도 잇따라 따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효’를 강조하며 복지혜택을 대폭 늘려 신망을 얻었다.그러나 으레 그러하듯, 한신공영을 인수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최 회장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최 회장이 수백억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것.최 회장은 2002년 11월 법정관리 중이던 한신공영을 인수한 뒤 남광토건 전 대표 A모씨 등의 도움을 받아 시행사에 제공하는 대여금 명목으로 회사자금 340억원을 횡령한 뒤 회사 인수를 위해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005년 11월 구속 기소됐고, 결국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한번 터진 악재는 계속 이어졌다. 2006년 총선 때 최 회장은 모 정당 의원에게 수천만원대 뇌물을 건 낸 혐의로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온갖 악재에 시달리다 지친 최 회장은 이후 한동안 자숙 기간에 들어갔다. 이 동안 한신공영의 차입금을 줄이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 결과 최 회장이 이끄는 한신공영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성장했으며 수주액도 2조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2007년 말부터 국내에 불어 닥친 부동산 한파 등으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극한 상황에서 일궈낸 성적이어서 더욱 값진 것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최 회장은 한신공영의 옛 영광을 올해에는 완벽하게 복구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지난해 말, 최 회장의 각오에 대못을 박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2005년 최 회장이 횡령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자 사건은 일단락 나는 듯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신공영을 인수할 당시에 340억원을 빌려준 김모씨가 최 회장 등을 상대로 지난해 주식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11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코암시앤시개발은 최 회장이 지분 47%, 태기전 한신공영 부사장이 4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신공영 관계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한신공영, 2세 경영 돌입
한편, 최 회장은 본격적인 2세 경영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건설사가 자금이 부족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발행한 어음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유사대부행위를 해 논란을 빚은 바 있어 건설업체의 대부업 진출에 다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