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조선업계 노사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인력감축을 포함한 천문학적 규모의 자구안에 반대하는 조선사 노조들이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것.특히 정부가 파업을 예고한 조선업계 ‘빅3’를 특별고용지원 업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둔 것에 대해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난항을 빚는 모양새다.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 노사는 구조조정을 놓고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사측은 생존을 위해서는 인력감축, 복지혜택 축소를 포함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노조의 자구계획 이행 동참을 호소하는 반면,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낸 현대중공업은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빠르면 다음 주 중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합법적 파업권 확보에 나선다.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지난달 중순께 조합원 투표를 실시, 전체 조합원 74.5%가 파업에 동의했고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지난달말 9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하면서 합법적인 파업 요건을 충족했다. 사실상 이들 조선 빅3 노조의 파업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사측은 노조의 마음을 돌려보겠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최길선 회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노사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회동 직후 취재진들과 만나 파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노협과 대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노조도 회사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현재 회사의 절박한 상황을 거듭 강조했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직접 노조 압박에 나서면서 조선 노사의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 대상에서 파업을 예고한 노선 빅3를 제외한 것인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노조의 자구계획 이행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3사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스스로 희생하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겠다며 겁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형 조선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예고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뺐다면 잘못된 판단”이라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벼랑끝에 놓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노동자에게 인력감축안에 강제 동의하라고 압박하 것은 스스로 생계 수단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며 “무리한 압박은 연대투쟁 등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