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정은, ‘현대그룹 퓨전요리법’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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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현정은, ‘현대그룹 퓨전요리법’ 고심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0.07.02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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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간이라도 봐줬으면…"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하루아침에 가정주부에서 재계 20위권 그룹 오너 신분으로 변신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그런 그녀가 요즘 위태롭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대북사업이 천안함 사태등으로 인해 좌초위기를 맞아 그룹 전체로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급기야 재무구조개선이란 극약처방을 요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전이 목전에 다가온 것도 현 회장에게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특히 현대건설을 두고 그동안 정중동해온 현대가의 후손들이 최근 인수전이 코앞에 다가옴에 따라 숨겨온 발톱을 슬며시 드러내, 현 회장을 더욱 좌불안석해 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과연 현 회장이 이번 위기는 또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온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남편 정몽헌 이사장 사후 현대가 후손들의 위협에 끝까지 경영권 사수한 전직 주부 현정은 회장, 무수한 시행착오 넘겨
숙질의 난, 시동생의 난 이후 금강산관광객피격사건으로 악화일로…현 회장의 비상카드 ‘초미의 관심’ 


현 회장은 남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장이 2003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부엌칼을 놓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당연히 말들이 많았다.

 ‘부엌칼만 들었던 주부 현정은이 위기의 현대그룹을 위해 대체 무얼 할 수 있겠느냐’는 이른 바 ‘경영 자질론’이 대두됐다.

여기에 남성 중심의 현대가에서 ‘여성의 경영참여’ 그것도 ‘며느리의 경영참여’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기에 이래저래 뒷말을 낳기에 충분했다. 

주부에서 경영인 현정은이 되기까지

일단 현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귀를 막았다. 그리고나선 산적해 있는 그룹의 문제점을 하나씩 파악, 그룹에 꼭 맞는 요리법 연구에 들어갔다. 여기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조를 뒀다. 자신의 사람들로 채운 것이다.

현 회장으로서는 남편의 사망을 틈타 당시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그룹의 주력계열사이자 사실상 그룹 지배회사인 ‘현대상선’ 경영권 장악시도에 대한 나름 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 다행히 ‘숙질의 난’과 곧이어 터진 ‘가신의 난’을 가까스로 모면한 현 회장은 이때부터 여성적 섬세함을 십분 살린 자신만의 본격적인 요리법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엔 다소 짜고, 맵고 그랬다.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한다’는 내부 반발과 ‘현대그룹이 정씨 가문이 아닌 현씨의 가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하는 다소 억척스런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이런 소문은 현 회장에겐 들리지 않았다. 이미 귀를 막아버렸기 때문. 이후 현 회장은 어느 정도 그룹 체제 구축과 업무 파악이 실현되자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시식에 들어갔다. 특히 현 회장이 주력해서 만든 요리는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이사장의 유지를 받드러 대북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 결과 대북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구축사업의 핵심 주체자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한때 현대그룹을 통하지 않고선 대북사업을 할 수 없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리고 현대상선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증권 등 주력계열사들도 덩달아 탄력을 받으면서 안정을 찾게 됐다. 이쯤대자 현 회장을 둘러싼 경영능력에 대한 ‘자질론’이라든지 좋지 않은 소문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그러던 것이 2006년 또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이번엔 남편의 바로 아래 동생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현 한나라당 의원)이 현대상선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현 회장은 “삼촌이 그럴 줄 몰랐다. 남편없이 키워온 회사, 내가 끝까지 지키겠다”며 비분강개했다. 소위 ‘시동생의 난’으로 일컫는 경영권 쟁탈전도 현 회장의 강력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 이후 현 회장에게는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2008년 금강산관광객피격사건으로 현대그룹은 다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북관광사업이 전면 중단됐고, 개성공단 사업도 중단되면서 그룹의 주요 방향타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번 천안함 사태를 맞으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거의 물 건너 간 게 아닌가’하는 회의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기야 그룹 전체로까지 부실화를 초래, 재무구조개선까지 요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현 회장의 유일한 희망 ‘현대건설’

이런 상황에서도 현 회장에게 한 가닥 희망을 준 것은 ‘현대건설’ 인수였다. 그룹의 모태이자 현대가의 적통성을 지닌 현대건설을 인수해, 대북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동안 현대건설을 두고 정중동해온 현대가 후손들이 인수전이 4년여만에 다시 본격 재개됨에 따라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칫 현대가의 골육상잔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현 회장에게 있어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 물론 현대기아차측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재계 호사가들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을 놓고 각종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현대그룹과 범현대가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간 싸움이 될 것이란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인수전에 나서게 되면 범현대가의 후손들이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정몽준 최대주주와 정상영 명예회장이 연대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또,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배회사인 현대상선을 놓고 현 회장과 현대가 후손들간 빅딜을 할 것이란 추측성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한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등 현대가 후손들이 현 회장이 현대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넘길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현 회장의 ‘현대그룹 퓨전요리 방법’ 이목 집중

하지만 이런 무수한 설들을 뒤로하고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현 회장의 그동안 경영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강공법을 택할 것이’란 것이다.

여차하면 현재 재무구조개선 돌입시점에 있는 마당에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주식 및 계열사 등 자산을 매각해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마련할 수도 있을 법하다. 물론 이 역시 추측에 불과하다.다만 현 회장이 만일에 현대가 후손들과 빅딜을 하게 된다면, 그동안 현 회장을 괴롭혀왔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재탄생한 현대그룹이라는 요리에 대한 스스로의 부정과 요리사의 자격을 다시 잃을 지도 모르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위기의 현대그룹을 이끄는 현정은 회장이 '이번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진화된 퓨전요리법을 선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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