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현장 실사 결과를 토대로 가격을 매겨야 하는데, 일부 업체가 4억 달러 가량을 제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입찰제안서만 매만지고 있다. 회사채 7400억 원 변제 방법도 인수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9일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입찰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인수가를 흘리는 것은 다분히 의도된 제스처일 수 있다”며 “시장 예상가인 4000억~5000억 원 대에서 밝힌 것을 보면 뭔가 다른 생각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금까지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향을 내비친 마힌드라는 인도 최대 농업용 트랙터 생산 업체다. 2005년 SUV와 픽업트럭 등 특화된 자동차를 생산하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UV에 강점을 지닌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것도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인도 전기차 생산업체인 레바전기차(Reva Electric Car)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간부 2명이 증권사 직원을 대동하고 한국자동차공업협회를 방문해 국내 자동차시장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며 자세한 상황을 파악했다.
당시 브리핑에 나섰던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과 쌍용차의 포지션을 파악하기 위해 마힌드라 관계자 등이 협회를 방문했었다”며 “SUV와 픽업트럭에 특화된 회사여서 쌍용차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인지 (인수에) 관심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마힌드라는 지난 6월30일부터 시작된 쌍용차 실사에 파완 고엔카(Pawan Goenka) 사장이 25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사단을 이끌고 방한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르노-닛산그룹도 8명의 실사단을 파견해 평택공장과 서울 역삼동 사무실을 방문해 생산, 마케팅, 서비스, 영업부문 등에 대한 자세한 실사를 벌였다. 또 회계 법인을 통해 쌍용차의 재정부문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로 기울던 쌍용차 인수전에서 분위기를 바꾸며 양강구도를 구축한 르노-닛산은 쌍용차의 부채와 신차 코란도C 개발비, 생산설비 투자비용 등 인수가격을 놓고 고민 중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르노-닛산의 인수 예상가는 3700억~4000억 원 가량.
인수전 김빼기로 몸값 낮추기 우려도
하지만 르노-닛산의 경우 쌍용차 노조 문제나 생산설비 추가 투자 등을 고려해 4000억 원 이상 써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0년 삼성자동차 인수 당시 가격은 5억4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5940억 원)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르노-닛산의 경우 자신들이 만족할 만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며 “가격이나 인수 의지를 보면 현재로서는 마힌드라가 유리한 위치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외 업체들이 명목상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이나 쌍용차, 채권단이 생각하는 만큼 금액을 써 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인수전에서) 마음이 급한 것은 채권단이나 쌍용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도 업체인 루이아는 아직 인수가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힌드라와 같은 수준으로 전망된다. 인도 언론인 비즈니스스탠더드는 9일 루이아 그룹이 쌍용차 인수전 참가를 최종 결정했지만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루이아는 산하에 던롭인도와 팰콘 타이어를 거느린 자동차 부품 그룹이다.
이밖에 대우버스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인수 후보군들도 타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며 적정 입찰가 산정에 골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은 구주와 똑같은 물량인 3612주를 새로 발행해 새 주인에게 제3자 배정 형태로 넘기는 방식이다. 최종 인수업체는 전체 주식의 50%+1주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매각가격은 주가와 시가총액,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대략 4000억 원~5000억 원 선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가 법정관리 중이어서 매각 가격은 업계 예상치보다 올라가게 된다. 회생채권 변제, 즉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이 74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를 갚지 않으면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없다.
때문에 지분 인수 외에도 7000억 원 이상의 회사채를 떠안아야 해서 인수가격은 최대 8000억 원을 기록할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매각작업은 채권단의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채권단에게 갚아야 할 회사채 7400억 원을 해소해야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어서 매각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회생채권 전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 (우선협상자가) 채권단에게 채무 변제 방법을 승인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분과 별개로 채무변제 방법을 제시해 채권단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쌍용차 매각 주관사인 삼정 KPMG 어드바이서리, 맥쿼리증권 등 매각 주간사는 10일 오후 3시까지 구속력 있는 최종 입찰제안서를 접수받은 뒤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정밀실사를 거쳐 늦어도 10월께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