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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열린우리당 탈당사태 이후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이 되면서 국회 의사진행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8일 열린 정치.통일.외교.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우선 질문순서가 변경됐다. 애초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이 첫 질문자로 나서는 것을 돼 있었으나 2번째 질문자인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1번 질문자로 수정됐다. 질문 내용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강한 어조로 정부측을 쏘아붙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가 원내 다수당을 의식한 듯 부드럽게 변했다. 공안통 '저격수'로 불리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송민순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한 질문에서 코드 인사라고 비난했던 기존 한나라당 입장과는 달리 부드러운 어투로 질문을 이어갔다. 주 의원은 질문 말미에 "외교부 장관께서 미국을 방문하시는데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기까지 했고, 김성호 법무장관에겐 최근 경제인 사면을 의식한 듯 "경제살리기 행보에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한명숙 총리에게 "입장을 곤란하게 할 질문은 안할테니까 담담하게 답변해달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무장해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질문은 예전보다 훨씬 매서워졌다. 여당 의원들은 대개 질문을 던지고 정부측의 반론을 충분히 경청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질문과 노 대통령에 대한 탈당을 요구하는 등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은 "개헉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고 지적한데 대해 한 총리가 "곁에서 모셔보니 가장 진실한 분"이라고 대답하자, "시간이 없다 그정도 하시라"고 말하는 등 여러차례 말을 가로 채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같은당 문병호 의원은 한명숙 총리에게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데 사실상 국회의원 업무가 어렵지 않느냐"면서 "총리가 되면 국회의원 권한을 정지시키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단물 다 빼먹고 뻥소니 친다는 비아냥까지 있지 않느냐"면서 탈당파 의원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찬석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본회의장 이석을 지적하며 "조금 더 있으면 국무위원들 숫자와 의원들 숫자가 비슷해지겠다"면서 "바쁜 국무위원들 본회의 때마다 불러다놓고 정치공방만 벌이고 무료하기 짝이 없다. 이럴바에야 대정부질문 제도 자체를 없애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의석배치도 변화가 생겼다. 탈당파 의원들이 기존 의석에서 이탈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찾느라 사무처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는 등 원내 변화를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 의석은 임시 배치일 뿐 조만간 본회의장 의석 대이동이 예정돼 있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의석 변화는 임시이고 교섭단체 대표간 협의를 거쳐 의석 배치를 새롭게 해야 된다"면서 "국회는 원내 의석수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앙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의장석을 향해 오른쪽에 위치한 한나라당 의석이 열린우리당 의석과 맞바뀌면서 중앙으로 옮겨오게되며, 왼쪽에는 통합신당 탈당파 의원들의 좌석이 배치될 예정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은 현재 위치에 그대로 있게 된다. / 우은식,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