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여당’은 없다…당정관계 변화 불가피
[매일일보닷컴]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오후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탈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게 되면, 당정관계는 물론 국회 운영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열린우리당이 ‘여당’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우리당과 탈당파 그리고 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 3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노 대통령은 먼저 탈당 의사 표명과 함께 사의를 밝힌 한명숙 총리를 포함한 일부 정치인 출신 각료에 대한 개각 및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일단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국정 운영 방향을 개헌 추진, 민생 현안, 개혁 과제쪽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리당 탈당 절차를 밟은 뒤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발의하기 위한 사회적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자유로워지면서 ‘정치인 노무현’으로 돌아가 사회적 담론의 의제를 설정하면서 다양한 발언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여당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 노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국무총리 훈령에 ‘여당은 대통령의 소속 정당으로 규정’돼 있는 까닭에, 앞으로 ‘여당 프리미엄’을 상실하고 홀로서기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우리당은 외견상으로는 ‘대통령의 탈당과 관계없이 계속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당일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 여당은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실제로 노 대통령과의 연계로 발생했던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도 벗어나 2.14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황에서 정세균 의장 체제를 중심으로 통합신당 추진 등 정계개편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노 대통령 당적 문제 때문에 탈당을 수시로 거론해왔던 상당수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막는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당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여당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의 진로문제에 개입할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정치권의 판도를 뒤집어놓을 수 있는 ‘정계개편’이 가장 중요한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명숙 총리가 내달 7일께 당에 복귀해 대선 행보에 나서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등 외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권 예비주자들의 영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향후 대선 구도는 현재 원내 제1당으로서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며 대선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현 한나라당 구도의 독주체제를 뒤집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탈당이 정계개편 추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물론 여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고, 특히 한나라당 대선주자간의 검증공방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어서 정치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탈당파와 민주당 역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진 열린우리당에 통합 추진을 위한 ‘칼자루’가 넘어가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며 탈당에 따른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을 만날 공격해왔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통령의 탈당으로 대선정국 운영 기조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열린우리당과 달리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또 원내 제1당으로 국정운영의 책임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탈당에 더욱 반발하는 모습이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국정실패와 향후 정국혼란에 따른 모든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통합신당에의 길을 터주려는 예정된 기획탈당”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이제 여야 구별이 사라졌다. 정부와 독점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기회를 가졌던 여당은 특권을 잃어버렸다. 한나라당으로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지만, 여당이 없어짐에 따라 모든 정당이 각 정책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도가 형성됐다.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아무래도 노 대통령이 임기도중 두 차례나 여당을 탈당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는 점과, ‘책임정치’를 강조해놓고도 임기말 탈당 관행을 답습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게 됐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전직 대통령들이 임기말에 당적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 잘못된 정치풍토를 결국 극복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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