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놀다가~ 뭐? 뭐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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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놀다가~ 뭐? 뭐가 궁금해?”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0.12.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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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송병승기자] 지난 11월 초,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이 한 세미나에서 “관광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에 한바탕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성매매’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민감하고 다루기 힘든 사안인지를 보여주는 한바탕의 해프닝이었다.2004년 재정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의 여파로 전국의 유명 집창촌들이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성’을 사고파는 일이 없어졌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집창촌의 몰락은 주택가 주변과 인터넷으로 성매매 시장을 이전·확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 정설이고, 집창촌 지역들이 재개발대상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오히려 포주들은 떼돈을 벌었다는 분석기사가 나와 사람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한 일도 있다.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여성의 ‘탈성매매’을 위한 재활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수없이 제기됐지만 딱히 개선이 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찬바람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2010년 12월 현재, 집창촌의 ‘언니’들, ‘이모’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 영등포의 밤거리 그곳에서 추운 밤을 보내고 있는 한 ‘이모’를 만나 봤다.

[송병승 기자의 ‘현장인터뷰’] 영등포 밤거리에서 ‘이모’를 만나다

12월의 어느 밤. 영등포 뒷골목을 지나는 기자의 팔을 누군가 붙잡는다. 속칭 ‘이모’다. 성큼 다가온 겨울에 기온은 떨어지고 칼바람이 불었지만 석유난로를 피운 한 평이 채 안되는 공간에는 4~5명의 이모들이 모여 있다.

▲장애인과 성매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섹스볼란티어>의 한장면

“방송에 나왔던 거? 요즘은 그런데 없어”

한 이모가 “궁금한 거 다 말하주겠다”며 기자를 멈춰 세웠다. “이모, 요즘 언니들은 어떻게 일해요?”라고 묻자 이전의 이야기들을 꺼낸다.“왜 예전에 방송에 나왔던 거? 가두고 핸드폰 뺏고 빚지게 해서 묶어두고, 그런 게 요즘 어디 있어. 빚지는 애들은 자기 성형하고 명품 사서 들고 다니면서 돈 헤프게 써서 그런 거지. 인터넷이 얼마나 발전한 시대인데 그렇게 했다간 다 알려지고 장사 못해. 112는 괜히 있겠어?”영등포 토박이로 이곳 생활만 30년을 했다는 이모. 세월의 풍파 때문인지, 이곳 생활의 연륜 때문인지 취재 차 나온 기자임을 밝혔지만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감 없이 이곳의 생활을 들려준다.“여기(영등포) 유리관(붉은색 불이 켜져 있고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는 가게) 안에 있는 아가씨들도 대부분 30대야. 20대는 10명도 안 돼. 우리처럼 이모들이 손님 끌어서 해주는 아가씨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젊은 애들은 이런데 안 오지. 더 많은 돈을 주는 데로 가지 않겠어? 하지만 돈 모으는 법을 몰라서 버는 것만큼 아니면 그 이상 더 쓰는 거야. 돈의 소중함, 필요성을 알 때쯤 되면 이미 늦어서 모을 수가 없지. 그러다보면 생긴 빚 갚아야 하고 애들 딸린 애들은 애 키워야 되고 그때 이런 데로 오는 거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학벌 없고, 기술 없고 나이 먹고, 이런 일 배웠는데 어디 갈 때가 있겠어”
유리관 속 언니들은 자신을 ‘20대’ 라고 이야기 했지만, 짙은 화장으로 인해 나이를 가늠 할 수 없었던 그 언니들의 실제 나이를 듣고 나니 왠지 가슴이 찡해진다. ‘나이를 가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칠을 더해야만 했을까…’

“우리들도 겨우 담배 값 벌러 나오는 거야”

호객행위를 해주는 이모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남성이 지나가면 서로 나가서 말을 건네고 팔을 잡는다. 자기가 데려가 아가씨에게 넣어준 손님에게만 약간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호객행위 하는 이모들도 그저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야. 길 가는 사람들 잡아서 데리고 들어가는 게 어디 쉽겠어? 요즘 식당 가봐. 식당 아줌마들도 다들 30~40대 인데 우리 같이 나이 먹은 아줌마들이 갈 곳이 없잖아. 경제는 어렵지 사회적으로는 힘들어지지. 그래서 나오는 거야. 나와서 담배 값이나 벌고 들어가는 거지”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식당가에서 조차 이모들이 설 자리는 사라졌다. 음식점들은 좀 더 젊은 인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식당일조차 하지 못하는 이모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마음 같아선 파지 줍는 거라도 하고 싶지. 하지만 하루 종일 파지 주워도 돈 만원 나오기가 힘든 상황이야. 게다가 저 앞에 쪽방촌 보이지? 거기 사람들 대부분 파지 줍는 걸로 사는데 파지도 자리를 잡아야 줍지. 그러다 보니 우리 역시 아가씨들과 마찬가지로 돈 때문에 여길 못 떠나고 있는 거야”이모의 말대로 영등포 성매매 지역은 쪽방 촌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고 기자가 그곳을 지날 때 여러 사내들이 그곳을 지키며 파지를 분리하고 있었다.

▲ 영화 <섹스볼란티어>의 한장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도 변한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대대적인 단속으로 인해 영등포 성매매 단지는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 예전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9시라는 이른(?)시간이어서 그런지 곳곳의 가게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아예 문을 닫은 가게 눈에 띄었다.  “예전엔 경찰들이 돈도 받고 봐주기도 하고 그랬지. 하지만 요즘은 그런 거 없어. 돈을 받지도 봐주지도 않아. 그만큼 이곳의 사람들은 더 어려워 진거지”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인권단체에서 매주 화요일 나와서 콘돔이니 화장품이니 주고가. 생일날 되면 케익 주지 연말이면 장갑에 무릎담요에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주고 간다니까. 예전엔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어”찾아든 한파로 인해 손님은 더 줄어가고 공치는 날도 많다고 이모는 말한다. 하지만, 이모 역시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더욱 음지가 되어가는 곳. 허름하고 쓰러져가는 이곳의 건물들과 그 앞에 들어선 거대한 쇼핑몰. 그 사이에 존재하는 낡은 담이 더욱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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