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성남 단대동, 일산 덕이지구 등 아직 곳곳에 남아 있는 철거 현장
[매일일보=송병승기자] 대한민국 곳곳에는 수십 개의 또 다른 ‘용산’들이 이미 다가온 불행과 언제 닥쳐올지 모를 비극 사이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홍대의 작은 용산 두리반 : 홍대인근에서 칼국수와 보쌈을 파는 식당이었던 두리반에서는 2009년 12월 24일 철거용역들의 강제철거가 있은 다음날 안종려 사장과 남편인 소설가 유채림씨가 철판을 뜯고 들어간 이후 벌써 1년이 넘게 농성이 진행 중이다.
두리반 역시 인근 지역에 도시공항철도가 건설되기로 계획 되면서 건물주들이 땅과 건물을 높은 값에 팔아넘기고 세입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제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주변의 건물들이 모두 헐리고 현재는 두리반 건물만이 남아 있는 상황. 함께 항의했던 세입자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들 떠났으며, 철거 과정에서 수령 80년 된 느티나무가 베어지기도 했다.현재 ‘홍대의 작은 용산’이라 불리고 있는 두리반은 지난해 7월21일 전기마저 끊겼지만 두리반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매주 힘을 모아 문화공연, 다큐영화 상영회, 칼국수 음악회 등을 진행하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성남 단대동 :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성남 단대동에서도 마지막 남은 3가구가 자신의 주거권을 위해 투쟁을 진행 중이다.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겨울이지만 이들은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천막을 치고 약 630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시행사에서 주는 보상비로는 다른 곳에서 사글세도 얻지 못하고 현재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기에는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면서 제대로 된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도심 사이의 섬 덕이지구 : 일산 고양시 덕이지구에도 마지막 1가구가 남아 있다. 한때는 많은 가구 공장이 위치했던 이 지역은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모든 가구점이 떠나고 한 가족만이 천막을 치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덕이지구에서 가구점을 운영했던 이 가족은 재개발이 결정되고 철거가 시작되면서 가구점 인테리어비용은 물론 상가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겨울이지만 보일러조차 갖춰지지 않은 천막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존해 자신의 ‘주거권’을 외치고 있는 이들 역시 2년 전 용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2009년부터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천막이 집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밖으로 나와 있는 작은 창문 하나뿐. 이들은 “남아 있는 천막마저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