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과중으로 재판 준비도 차질 빚어져…피고인측 불만 쇄도
[매일일보]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함 무산에 따른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장직 사퇴 다음날 발표됐던 북한 연계 간첩단 '왕재산' 사건과 그 다음날 발표된 곽노현 교육감 후보 단일화 뒷거래 의혹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팀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두 사건이 대외적으로 발표된 시기의 미묘성(?)과 함께 정권 안위를 위해 기획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도 문제이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재판 진행 자체에 무리가 빚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염기창) 심리로 열린 왕재산 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은 "다른 사건 때문에 사건기록과 증거목록 등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며 "자료를 정리해 다음 기일에는 모두진술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정이 소란스러워지자 재판장인 염기창 부장판사는 "검찰 측이 증거목록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진술을 했더라도 변호인들이 이에 대응할 준비가 안 됐을 것"이라며 "다음 기일을 10월5일로 정할 테니 검찰은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염 부장판사의 말에 변호인들이 난색을 표했다. 한 변호인이 나서 "10월4~5일 변호사들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모두 일본 현지로 떠난다"며 "기일을 앞당겨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재판부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염 부장판사는 "이 재판부가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맡고 있기 때문에 남는 날이 그 때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다음기일은 결국 내달 12일 오전 10시로 미뤄졌다.
이처럼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가 공소사실이 아닌 공판기일을 놓고 아옹다옹하자 방청객들 중 일부는 '바쁜 사람 불러놓고 장난하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왕재산은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유적지로 선전하고 있는 함북 온성의 산(山) 이름이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북한 225국과 연계된 간첩단 '왕재산'을 결성한 후 1993년부터 최근까지 간첩활동을 한 총책 김모(48)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한편 이날 검찰이 재판 준비를 못한 이유로 제시한 '다른 사건'이란 다름 아닌 곽노현 교육감 사건. 김씨 등을 재판에 넘긴 수사팀은 곽 교육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검사직무대리 이진한)다. 검찰은 이날 곽 교육감한테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기소한데 이어, 24일 이전에 곽 교육감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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