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수업 받고 있는 박 이사, 인수전 난제 해결 주력
금호아시아나 “박 이사, TF팀 업무 보고 받는 정도”
[매일일보닷컴] 연초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어느 기업보다 분주하다. 조만간 최종 인수자가 결정될 물류업계 1위의 대한통운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 물류, 택배를 아우르는 종합물류 기업인 대한통운은 역세권 주변의 알짜 부동산까지 소유하고 있어 이를 인수하면 단번에 재계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그만큼 숱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왔고 이번 인수전 또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대한통운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 외에도 한진, GS, 현대중공업, STX 등이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세우고, 박삼구 회장이 직접 나서서 강한 인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금호 내에는 대한통운 인수 TF팀이 구성돼 있는 상황.
눈길을 끄는 점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이사가 TF팀에 합류해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 따르면 그룹 내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박 이사가 외부에서 영입된 M&A 인재들과 함께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에 따른 난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초 입사 1년여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며 승계에 속도를 내 온 박 이사가 대한통운 인수전을 성공시켜 그룹 내 기반을 닦을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자주 대한통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한 바 있다. 일각에서 인수 가능성에 우려를 표할 때에도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대한통운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통운의 육상물류를 보완하는 등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점과 이미 중국 등지에 진출한 금호타이어 등이 대한통운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한통운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 짓는데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도울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금호아시아나는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글로벌 물류 강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대우건설 인수 후 라이벌 한진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 7위에 오른데 이어 그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각오 또한 다지고 있다.박 이사, 인수TF팀서 활약, 그룹 기반 다지나
금호아시아나는 이를 위해 그룹 전략경영본부 내에 대한통운 인수TF팀을 꾸려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한 난제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곳에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이사가 합류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략본부 산하 신규사업팀에서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별도로 TF팀이 꾸려져 있어 실무 작업을 맡고 있는데 박 이사는 TF팀에서 M&A 인재들과 함께 업무를 맡고 있다는 것. 그룹 입사 전 AT커니 등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박 이사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력들과 함께 대한통운 인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금호에 입사한 지 3년, 아직까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박 이사가 인수전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이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 이사의 역할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금호아시아나 한 관계자는 “박 이사가 신규사업팀이나 인수TF팀에서 특정한 업무를 보는 것은 아니다”며 “경영전반에 관한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통운 인수 관련 사안은 신규사업팀을 총괄하는 임원진과 그 위에 전략본부 사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면서 “박 이사는 업무 보고를 받는 정도에 있다”고 덧붙였다.금호, 대한통운 인수 자금 해결 비책 있나
물론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금호아시아나가 지난 2006년 말 대우건설이라는 대어를 잡은 데 이어 또 다시 대한통운을 가져가려는데 일부 곱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 심지어 금호아시아나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최대 수혜기업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오는 2월 이명박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우건설 인수 공정성 문제 등 각종 특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일각의 추측성 논란들을 제외하고도, 갈수록 치솟고 있는 대한통운 인수 가격은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이다. 박 회장이 처음 인수 의지를 내보였던 1년 전만 해도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매각가가 이제 8조원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의 M&A가 구주 포함 총 지분 중 60%를 인수자가 일괄 인수하는 방식이어서 현 주가를 기준으로 본다고 해도 인수자는 최소 2조4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그 정도 금액을 들여 인수할 만큼 대한통운이 가치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려온다.더욱이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막대한 단기차입금을 장기로 전환하고는 있지만, 대우건설의 무리한 인수로 그룹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대한통운까지 인수한다면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대우빌딩 매각 대금 활용, 도덕성 논란 우려
인수금융 참여를 약속한 일부 은행권 또한 금호가 대한통운 인수를 하기 위해선 아시아나 항공과 금호렌터카 대신 대우건설이나 금호산업이 인수주체가 돼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지난 16년간 누적적자를 기록,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 불과하고, 금호렌터카는 매출액 2천500억원 규모의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 측에서도 인수주체 변경이 쉽지 않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주체이기 때문에 또 다시 대한통운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지주사 전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상황에서 다시 부채를 일으켜 인수에 나선다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에서는 아시아나와 함께 대우건설을 공동인수자로 내세울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렇게 될 경우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7월 외국계 자본인 모건스탠리에 대우건설 빌딩을 매각해 9천억원이 넘는 실탄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대우빌딩 매각 대금을 이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자 금호아시아나 측은 “빌딩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연내 채무상환 등 자본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핵심사업 역량 강화와 신성장 동력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가 대우빌딩 매각 자금을 결과적으로 대한통운 인수에 사용할 경우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재무건전성 악화는 물론, 그룹 이미지 또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과연 금호아시아나가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상반기 M&A 시장 대어인 대한통운을 가져올 수 있을지, 박 이사 또한 이번 인수전을 통해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