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최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다음날 새벽 1시15분께까지 14시간 30여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귀가 조치했다.
장시간 검찰조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최 전 위원장은 조사를 마친 뒤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아니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짐을 얹어준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고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본의 아니게 심려끼쳐 드려 죄책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대가성 여부에 대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면서도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 청탁 전화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에) 다 말했다"고 했다.
사용처와 관련, 독자적인 여론조사에 썼다고 했다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번복한 것에 대해선 "검찰에 말했다"며 "(검찰에) 취재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성실하게 소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고향 후배인 건설브로커 이동율(60·구속)씨를 통해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돈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건넨 11억5000여만원 중 5억여원이 최 전 위원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표로부터 최 전 위원장과 박영준(55)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게 로비 청탁 명목으로 61억여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자금의 규모와 흐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의 운전기사 최모(44·구속)씨가 돈을 건네받는 사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최 전 위원장으로부터 9000여만원을 받고, 최 전 위원장과 이 전 대표가 수 차례 만난 정황 등을 토대로 대가성 입증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사업 편의 제공 및 사건 무마를 위해 권재진(59)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권혁세(56) 금융감독원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직후 "2007년 대선 당시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데 사용했다"고 했으나, 곧 입장을 바꿔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말을 번복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서도 최 전 위원장이 말을 바꾼 배경과 '입맞추기' 시도를 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했다.
최 전 위원장은 조사에서도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최 전 위원장에 대해 이르면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사에 들어서며 '인허가 청탁 대가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 왔으니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그 이상의 얘기는 검찰에서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청탁 로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서울 용산구 자택과 주민등록상 주거지(대구), 대구 선거사무실 등 3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박 전 차장과 가족, 지인들의 계좌추적 등을 벌여 온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말께 박 전 차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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