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재호 기자]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 자료의 삭제·은폐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를 대부분 인정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8부(부장판사 심우용)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최 전 비서관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다만 검찰이 제출한 많은 분량의 증거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자백과 다름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제출된 증거들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해도 증거인멸 전후의 과정이나 정황 등을 모두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며 "수사기록이 방대해 필요한 부분만 제출한 것이지만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최 전 행정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측 변호인은 "검찰이 아직까지 업무상 횡령 부분에 대한 추가 기소를 하지 않았다"며 "공소 사실을 분리해 변론하기 어려워 검찰의 추가 기소 이후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측에 조속히 추가 기소를 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검찰은 이번주 중 이 전 비서관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은 지난 2010년 7월7일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 민간인 불법 사찰 파일이 담긴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파괴하도록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과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3일 구속됐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책정된 특수활동비를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추가 기소된 진 전 과장에 대한 심리도 함께 열었다. 진 전 과장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는 예산을 총괄하던 진 전 과장이 실무자에게 돈을 받은 것까지 횡령으로 적용돼 있다"며 "진 전 과장이 사용한 돈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은 진 전 과장이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취지"라면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공소장을 수정하겠다"며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5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