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강도 성폭행하려다 줄행랑 친 까닭…강하게 저항하던 50대 여성 알고 보니 ‘트랜스젠더’
10여년 전 성전환수술 받은 뒤 가족들과 연락 끊고 쇼걸 생활
호적상 남자인 탓에 피의자에게 강간 대신 강제추행 혐의 적용
[매일일보닷컴] ‘아뿔사’ 단단히 속았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30여년을 더 살아온 50대 여성에게 덤벼들었던(?) 한 청년. 그 청년의 갑작스런 공격에 중년여성은 안간힘을 써가며 저항했다. 20대 건장한 청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반항이었다. 그런데 저항하던 힘도 힘이지만 희한하게도 비명소리도 걸쭉(?)했다. 보통의 여성들과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눈치 챈 청년은 그 길로 줄행랑을 쳤다. 중년여성에게 숨겨진 비밀이 무엇이기에 혈기왕성한 청년이 ‘다 잡은 먹잇감(?)’을 두고 도망친 것일까. 그 내막을 <매일일보>이 밀착취재했다.
가정집에 침입한 20대 강도가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50대 트랜스젠더에게 트랜스젠더인 줄 모르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부산진경찰서는 지난 18일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고 집주인을 성추행한 이모(28・무직)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 8월 31일 오전 8시경 부산 부산진구 트랜스젠더 김모(58・무용수)씨의 집에 침입해 잠들어 있던 김씨를 위협, 현금 등 10만원을 빼앗은 뒤 김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다 김씨가 반항하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성전환 수술 후 가족과 ‘생이별’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김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가족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지금까지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가족, 친구, 직업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에 그리던 ‘여자’가 됐다. 하지만 김씨에게 다가온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 탓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것. 이에 김씨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나이트클럽의 무용수로 일할 것을 결심하고 이후 부산 인근의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트랜스젠터 쇼’ 무용수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렇게 그녀(?)의 밤무대 생활이 시작되게 됐다.28세 무직男, 술김에 금품목적 월담했던 게…
28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부모 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이모씨. 직업이 없으니 소득도 없는 게 당연지사였다.‘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술기운에 남의 집 담을 넘은데 이어 무단 가택침입까지 서슴없이 저지른 이씨. 부엌에서 칼을 집어 들고 나온 이씨는 일을 마친 후 새벽에 귀가, 아침까지 잠들어 있던 집 주인 김씨를 위협해 당시 김씨가 갖고 있던 현금 10만원을 갈취했다.그런데 그냥 나오기는 뭔가 허전했는지 피의자 이씨는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겁에 질려있던 집주인 김씨의 신체부위를 강제로 더듬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과거 성추행으로 2번 구속된 전력이 있는 자로 술에 만취해 있는 상태에서 손에는 칼까지 들려 있어 또 한 번의 성범죄 따위(?)는 두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얘기다. 그러나 금품갈취 외의 이씨의 또 다른 ‘목표달성’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집주인 김씨가 50대 중년여성의 힘이라고 믿기지 않은 정도의 ‘파워’로 거세게 저항한 것. ‘성범죄 경력자’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이상했다는 게 이씨 진술이다. 그 과정에서 이씨는 피해자 김씨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됐고, 그 순간 성욕에 불타오르던 20대 혈기왕성한 청년의 의지(?)는 꺾여 갈취한 돈만 챙긴 채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씨는 경찰에서 “여자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트랜스젠더 김씨는 긴 머리를 하고 있어 얼핏 보거나 밤에 보면 영락없이 ‘여자’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면서 “낮에 밝은 곳에서 자세히 보니 그제야 ‘남자’의 생김새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자 김씨는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됐지만 주민등록번호 시작번호는 여전히 ‘1’로 남아있어 혐의 적용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이씨에게 강도혐의와 함께 여성 피해자에게만 해당되는 강간죄 대신 A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설명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