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임금 삭감할까 말까 ‘고민’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김정태(60)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 때문에 고민이다. 김승유 전 회장(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의 끈질긴 구애 끝에 인수에 성공하게 됐지만, 바톤을 이어받은 김 회장으로서는 외환은행을 그룹 내 계열사들과 융합시키기가 녹록지 않은 듯하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는 요즘 안팎으로 크고 작은 악재를 만나 ‘글로벌 은행 50 진입'에 적신호가 켜져 김 회장을 더욱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외환은행 집어삼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간 융합해야하는데 ‘쉽지 않다’
외환은행, 업계 불황 속 직원 임금 최고수준…서민금융지원은 최저등급
외환은행은 지난해 갖은 풍파에도 불구 업계 최고의 생산성을 기록하며 알짜배기 은행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단숨에 바뀔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예단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M&A 승유사’ 김승유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지주는 자산규모 107조원인 외환은행을 품에 안으며 총자산 290조원 넘어섰고, 순식간에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지주를 밀어내고 서열 3위에 올라섰다.
김 전 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은 김정태 회장은 업계의 이같은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회장 취임 후 줄곧 강행군이다. 계열사로 편입된 외환은행과 기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절치부심이다.
김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계열사로 편입된 외환은행과의 본격적인 시너지는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나는 자주·자율의 문화가, 외환은 조직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뛰어나 둘이 잘 융합하면 새롭고 멋진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며 “7월 임원진 워크샵을 통해 하나와 외환의 시너지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결정되면 하반기부터는 그 효과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융합이 최대관건
하지만 김 회장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사실 업계에서도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후 최대 변수로 지목한 부분이 바로 ‘외환은행과의 융합’이다.
외환은행과 얼마만큼 융합을 잘 하느냐에 따라 업계 2위인 신한금융지주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규모로 놓고 볼 때 신한금융지주와는 1.5조원 밖에 차이가 안나 쉽게 따라 붙을 수 있으리라고 여겨지지만, 눈뜨고 가만히 역전 당해 줄 신한지주가 아니기에 외환은행과의 융합이 최대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김 회장도 인지하고 있다시피 외환은행의 강한 조직 문화를 하나금융지주의 조직 문화에 용해시키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이미 외환은행 인수 당시(지난 2월) 외환은행은 최소 5년간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며 행명도 그대로 유지키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아울러 인사 및 노사관계에 대해 지주사가 간섭하지 않고, 인사 및 노사담당 임원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선임하기로 했으며, 인위적인 인원감축은 하지 않으며, 현재 영업점 점포 수 이상의 점포망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또 외환은행 직원들은 급여와 복지 수준도 현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김 회장은 최소 5년간 외환은행에 대해 일체 관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임금은 최고 수준, 서민지원은 최저
외환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16개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활동 평가에서 가장 실적이 저조한 은행 중에서도 최저인 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금감원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인 SC은행과 씨티은행이 외한은행과 같은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기는 했지만 올해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 6월말 현재 목표액을 초과한 반면에 외환은행은 이마저도 소극적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지난해 금융업계에서는 업계 불황과 사회 고통 분담 차원 그리고 여론의 눈을 의식해 임금 삭감을 비롯한 명예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들을 실시해왔고, 이중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이 와중에서도 서민금융 지원에 신경을 써 이번 금감원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외환은행과는 비교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시절에 강성 노조를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외환은행 직원들의 연봉을 업계 최고수준으로 높여준 것으로 안다. 인력 구조조정이나 연봉 삭감을 안 한다면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 간 융합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적에 따라 계열사마다 연봉 수준은 다르기는 하지만, 은행권의 경쟁 격화로 만일 외환은행의 순이익이 줄어 생산성이 떨어져도 연봉을 낮추기는 어려워 ‘저수익·고비용’ 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지적을 김 회장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신경쓰야 할 곳은 비단 외환은행뿐이 아니다. 올해 들어 하나금융지주는 크고 작은 악재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 ‘글로벌 은행 톱 50’ 진입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룹 안팎 크고 작은 악재 발생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규모 징계 조치를 받았는가하면, 저축은행 사태와도 미묘하게 얽혀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5월 17일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에 기관경고 제재를 확정하고 3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임원 2명에게는 각각 주의와 주의상당 처분을 내렸다. 직원들은 감봉 6명, 견책 4명, 견책상당 2명, 주의 7명, 주의상당 7명 등 총 26명이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3개 회사에 대해 7100억원의 신용공여 안건을 처리하면서 이사회 재적이사 1명이 불참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전원이 참석한 것처럼 이사회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했다가 적발됐다.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나은행 직원 김모씨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6월 기간 중 67개 영업점에서 은행이 판매대행하는 국민관광상품권을 명의를 도용해 외상판매하도록 하고 상품권을 본인이 전달받아 할인하는 방식으로 174억원을 횡령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 직원 4명은 사고자의 요청에 따라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영업점 직원들에게 외상판매 거래를 권유하고 영업점으로부터 판매권유수수료와 섭외비를 부당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67개 영업점은 상품권 외상 판매 시 구매업체로부터 상품권 납품계약서를 징구하고 외상판매개요를 작성해 해당부서에 판매승인을 신청해야 하지만 상품권 납품계약서 및 외상판매개요 서류가 없는 상태에서 판매승인을 신청하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PF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하고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도 적발됐다.
일부 지점에서 4개 차주에 대해 6건, 2268억원의 PF대출 취급시 차주의 사업부지 매수 가능성, 사업시행권 취득 여부 등에 대한 여신심사를 소홀히했고 일부 여신에 대한 사후관리를 잘못해 여신이 부실화돼 총 1506억원28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밖에 △파생상품 회계 부당처리 및 금융거래 실명확인의무 위반 △10개 영업점 예금잔액증명서 부당발급 △8개 부서 직원 21명의 고객 신용정보 723회 부당 조회 등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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