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책임자 34명이 기소된 23일, 유선주 공정거래위원회 전 심판관리관(국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정위의 각종 부패행위를 알린 본인을 보호조치 하지 않아 관련 행정소송에서 기각 결정이 났다며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보호법령을 위반했다면 그것도 부패행위”라고 주장했다.
유 전 국장은 이날 ‘성신양회 사건 관련 행정법원 각하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위원장은 정체불명의 갑질 신고내역과 신고인들과 신고서, 증거들을 조사하지 않은 채 (공익신고자 보호 요청을)적극 축소·왜곡·허위로 몰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국장은 또 “본인 사건(성신양회 주의처분)은 가습기살균제 공익침해행위를 은폐한 공정위의 잘못과 그 잘못을 은폐하고 공익침해행위 조사를 축소·회피·은폐한 공정위 잘못과 그 김상조 공정위의 잘못을 또 은폐하고 있는 권익위의 잘못, 즉 행정부 부패와 은폐 순환고리가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은 공정위의 성신양회 과징금 부당 감경 관련, 유 전 국장이 과징금 부담감경 과정에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주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법률상 불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한 바 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재판절차를 끝내겠다는 판결을 의미한다. 유 전 국장은 공정위가 성신양회 부당 감경 실무자들의 법령위반 행위를 축소·은폐하는 한편 본인의 관리 감독이 잘못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에 대한 명예훼손, 인격침해, 정신적 손상 등 기타 불이익조치는 법원 항고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결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전 국장은 “권익위의 직무해태 결과는 성신양회 각하 판결로서 바로 드러났다”며 “공익신고자 피해(경제적 손실, 시간과 에너지 소진,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허위 언론플레이, 험담 뒷담화 소문)로 고스란히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익위의 위법처리는 공무원 갑질에 해당, 징계사유”라며 “그 자체로 법령을 위반한 부작위에 의한 공익신고자 불이익조치이며, 신고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익위는 공정위에서 일어나는 조직적, 오래 묵은 부패행태에 대해서 관리감독하고 해소방안에 대해 협업방안을 찾았어야 한다”고 했다.
성신양회 과징금 부당 감경 건은 유 전국장이 공정위에서 근무한 이후 가습기살균제 사건 은폐시도, 외부자 면담지침 개정 왜곡 의혹 등과 함께 공정위의 부패행위라며 지적해온 의혹들이다. 유 전 국장에 따르면 공정위는 성신양회 등 시멘트 회사 담합 사건에 당초 과징금 437억원을 부과하려 했으나 성신양회를 변호한 김앤장이 적자를 호소하자 218억원을 감경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국장이 김앤장이 제출한 재무제표가 허위라는 걸 확인해 감면을 취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유 전 국장이 해당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며 주의처분을 줬다.
유 국장은 또 공정위가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가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2016년 말 이 사건의 재조사·재심의 보고서를 올렸으나 처분시효·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기다려 이들 기업이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유 전 국장은 공정위가 신세계·카카오 등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의 공시의무이행 관련 위법행위를 알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검찰의 공정위 재취업 비리 조사 당시 검찰 협조에 응했고, 공정위 고위 간부 12명은 구속기소된 바 있다. 유 전 국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가 ‘심의 회의록 지침’을 폐기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 전 국장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이후 공교롭게도 공정위는 유 전 국장이 부하직원 20여명에게 ‘갑질’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직무배제했다. 이에 유 전 국장은 지난해 말 권익위에 보호조치 및 불이익 조치 금지 신청을 냈으나 지난 4월 2일 공정위는 유 전 국장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인사혁신처에 요청하고 그를 직위해제 했고, 권익위는 지난 4월 30일 유 전 국장의 보호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권익위는 신청 접수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보호조치를 결정·또는 권고해야 하며, 공익신고 후 2년 이내에 공익신고자 등에 대한 불이익조치는 공익신고로 인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토록 돼 있다. 그러나 당시 권익위는 “유 전 국장이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및 진술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행위가 공익신고로 인정되지만 그의 보호조치 및 불이익 조치 금지 신청은 공익신고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유 전 국장 측은 의혹들이 발생할 당시 공정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직무유기·직권남용·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해당 사건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이날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 씨 등 2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사법부는 오랫동안 가해기업들과 관련자들이 숨기고 감춘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