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대북정책 폐기위기 놓여
[매일일보]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코 앞에 앞두고 대북정책 기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이 벌인 3차 핵실험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추진하기도 전에 ‘폐기위기’에 놓이게 됐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한반도 안보 리스크 해결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박 당선인은 앞서 김용준 총리 후보 낙마 사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논란 등 인사 검증 부실 논란에 휩싸이고 행정조직개편과 관련해 불통 논란까지 야기하는 등 비판적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의 최근 여론 지지율은 50% 아래까지 떨어졌다. 취임 전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 수준이다.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까지 겹치면서 ‘박근혜 리더십’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북한의 핵실험은 박 당선인이 유화적으로 접근하려던 대북정책 기조를 고수할 것인지, ‘강경’쪽으로 선회할 것인지를 놓고 기로에 서게 했다.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한간 신뢰가 점진적으로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그러나 박 당선인으로서는 북한 핵실험으로 대전제라 할 ‘비핵화’가 정권 출범도 전에 어긋나버리면서 고민의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일단 박 당선인은 자신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강경 모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대화’보다는 ‘제재’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박 당선인이 12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긴급 북핵 회동 후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한 브리핑에서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고민은 있다. ‘강공’만으로는 지금의 ‘대북 경색’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고, 박근혜표 외교안보정책은 채 펼쳐보일 수도 없는 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한편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만든 장본인인 북한 김정은이 해법 또한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핵과 같은 적대적 대외 정책을 스스로 버리지 않는 한, 우리나 미국 등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13일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당분간 신뢰보다는 제재가 우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옛날 같진 않을 것”이라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경고,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도발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메시지와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다.이에 따라 남북 대화를 통해 국제사회가 동참하는 대규모 경제 협력에 나서겠다는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공약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제 조건인 북한의 비핵화,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등 한반도 당사국들과 북한 제재를 위한 공조를 구축하는 것이 새 정부의 첫 남북, 외교 과제라고 지적했다.이 학자는 “단기간 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빨리 버려야 한다”며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대북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과거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계좌 동결 이상가는 북한의 현금 옥죄기나 해상 봉쇄 식의 물리력 행사까지 언급되는 국제 사회 분위기에 발 맞춰 북한에게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야권 일각에서는 제재보다는 대화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천정배 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은 “박 당선인이 이번 사태를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박 당선인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북핵 관련 당사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이같은 대화론은 아직까지 소수 의견에 머무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가 단순히 대화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며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이 오판할 기회를 주지않도록 주의하며, 장차 동북아 군비 경쟁과 핵도미노까지 우린 대비해야 한다”고 일각의 대화론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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