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인턴 경력을 꾸며낸 곳 중 하나로 지목되는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장을 지낸 정병화 교수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가 2013년 딸 조모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서 KIST 인턴 경력을 부풀렸다고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조씨가 2011년 7월 인턴십에 참여한 기간이 2∼3일밖에 되지 않음에도, 정경심 교수가 이광렬 전 KIST 소장을 통해 3주간 참여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또 의전원 입시를 위해 ‘주 5일, 일 8시간 근무, 총 120시간’ 등 구체적 내용이나 ‘성실하게’ 참여했다는 등 설명이 들어가도록 확인서를 꾸몄다고 본다.
당시 연구센터 책임자였던 정병화 교수는 정경심 교수의 동창인 이광렬 전 소장을 통해 조씨의 인턴 참여 의사를 전해 듣고서 허락했다고 증언했다.
또 연구실 출입기록 등을 종합해보면 7월 20일 처음 인턴활동을 하러 출근했고, 22일 오전에 마지막으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씨에 대해 “너무 잠깐 왔다 간 학생이라 특별한 기억은 없다”며 “일반적으로 학부생들이 인턴을 오면 논문을 읽어보도록 하거나 실험도구 설거지하는 법 등을 알려주고 박사과정 연구원 등에게 잘 가르쳐줄 것을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조씨로부터 이틀 반 만에 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듣지 못했기에 정병화 교수는 직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고 증언했다.
정 교수는 “아무 이유 없이 나오지 않는 건 보통 심하게 다투거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광렬 소장에게 부탁받은 학생인 만큼 이유를 확인해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실험실 고참에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자 ‘학생이 좀 그렇다, 엎드려서 잠만 자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며 “그래서 더는 할 말이 없었고, 학생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병화 교수는 정경심 교수와 조씨가 검찰 수사를 받으며 내놓은 주장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우선 조씨가 인턴십을 하며 영어 논문 번역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번역이라기보다는, 관련 영어논문을 읽으라고 준 것”이라며 “아무리 실험도구 세척을 하더라도 무슨 실험인지는 알아야 하므로 공부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조씨는 또 당시 연구원들 사이에 분란이 생겨 한 연구원이 “여의치 않아 챙겨줄 수가 없다”고 말해 출근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케냐로 떠나게 되면서 인턴을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병화 교수는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나에게 말했어야 한다”며 “어떻게 실험실원이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 것을 안 나오는 이유로 삼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병화 교수는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한 KIST의 인턴 확인서에 대해서도 자신이 작성해 준 적이 없으며, 이광렬 전 소장에게 작성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해당 확인서에 나오는 근무시간, 성실성 평가 등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은 KIST 인턴십 참여를 조율하면서 조씨가 정병화 교수에게 보낸 메일을 제시하며 증언 내용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 메일에는 “아프리카 봉사단 지원을 했는데 합격 통보를 받았다. (KIST의) 인턴십 기간이기는 하지만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병화 교수는 “이런 (메일을 받은) 기억이 지금까지 없었다”면서도 “조씨에게 케냐 봉사에 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