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압박 가중...금통위 내부 인하 의견 높아져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금통위원 간 의견 대립이 팽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 동결을 주장한 금통위원은 4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명의 금통위원들은 25bp(0.25%)의 금리 인하 의견을 제시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3대 3의 팽팽한 의견 대립속에서 결국 동결론 쪽으로 표를 던져 기준금리가 유지됐다.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금리 인하론이 힘을 얻고 있다.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연일 한은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최근 세계 주요국가들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지난 2일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기존 금리 대비 0.25% 인한 0.50%로 결정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 날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이미 미국과 일본은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미국은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매달 850억 달러의 국채 매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풀고 있다.일본도 기존 138조엔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내년 말까지 270조엔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화로 환산하면 1500조원 수준이다.
한국 역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 및 정치권은 추경안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 한은에게 기준금리 인하 등과 같은 정책 공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지난달 3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주면 더 좋다"고 말한데 이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책효과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 형태로 진행돼야 효과가 난다"고 8일 밝혔다.지난달 29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월에는 동결했지만 5월에는 알아서 잘 판단하리라 본다"고 말해 연일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이런 배경 탓에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금리 인하를 주장한 금통위원이 하성근 위원 1명이었던 것에 비해 4월에는 정해방․ 정순원 위원이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줬다.반면 김 총재를 비롯한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금통위원들은 미약하게나마 국내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한은은 지난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0.9%로 예상치(0.8%)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그렇지만 시장에서는 조만간 금리 인하 카드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연구원은 “금통위 의사록 이후 ECB 기준금리 인하 까지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며 “총재와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 동결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대외 환경 변화와 정부와 금통위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유진투자증권 김지만 연구원 역시 “한은 총재를 제외하면 3:3의 박빙 상황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매우 어렵다”며 “인하 의견을 제시한 3명의 위원 외에 인하 의견에 동참하는 위원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