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기업에 출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매일일보 성현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슈퍼 갑’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부실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업의 방패막이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라건설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만도 의결권 제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게 한라그룹 측 설명이다.
그러나 유한회사는 사원이 회사에 대해 출자금액을 한도로 책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외부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회계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매출과 영업이익, 법인세 납부내역 등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도 면제된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한라그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도전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조속한 입법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만도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만도의 2대 주주임에도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 마이스터의 유한회사 변경과 부실 계열사인 한라건설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아무런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남양유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투자철회를 요구했다.
신 위원은 “국민연금이 공적 기관이라면, 공공기금을 부도덕한 기업에 출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또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은 지난달 말 기준 5.4%다.
반면 국민연금 측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 그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모두 인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만도에 대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금운영본부에 결정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장기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며 “남양유업 투자와 관련해서는 위탁사들이 시장변동 상황을 보면서 주주이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잘 알아서 투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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