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직전 지분 줄여 손실 축소"...기관·외국인도 개미에 '전가'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상장사 대주주들이 상장폐지 되기 전 지분을 줄여 손실을 축소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경영상황을 잘 아는 대주주들은 지분을 줄이고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들 역시 미리 대응해 피해를 개미들에게 떠넘겼다.
19일 박진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와 같은 대학 이포상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장폐지와 정보비대칭’ 연구 논문을 한국증권학회를 통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연구 표본으로 지난 2003~2012년까지 10년간 상장폐지된 232개 기업의 투자자별 매매실적을 분석했다.논문에 따르면 대주주들은 상장폐지 3년 전부터 지분 털어내기에 나서 피해를 줄였다.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 상폐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30.35%에서 23.45%로 6.90%포인트(p) 줄었다.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28.70%에서 18.39%로 10.31%p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경우 상장폐지 1년 전부터 지분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했다.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기업의 경우 개인투자자는 상장폐지 이전 1년 동안 발행주식수 대비 평균 9.82%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3.12%와 2.15%씩을 순매도했다.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은 상장폐지 1년 전부터 8.50%를 순매수한 것과는 반대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24%와 3.57%씩 순매도를 보였다.상장폐지 공시가 뜨고 정리매매가 일어나는 첫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기업의 주가는 각각 -89.68%, -78.82%의 손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되기 직전년도 기준 해당 기업들의 1% 미만 지분을 보유한 소액 투자자 지분율이
54.91%(유가증권시장)와 60.06%(코스닥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피해가 개인투자자가 떠안은 셈이다.
연구진은 “대주주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개인”이라며 “소액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상장폐지 제도의 취지가 퇴색돼 상장폐지 이후에도 주식의 유동성을 확보해 충격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