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박지민 조민교 기자] “금융 버블 전문가들에게 현재 시장 상황은 너무나 익숙하다. 주식 가치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높고, 주택 가격은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의 고점으로 돌아가 있다. 한계기업들은 사상 최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녹색 에너지와 가상화폐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상황을 이같이 진단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겨냥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쉼 없이 시중에 유동성을 푼 결과, 자산시장 버블 위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최근까지 유례없는 돈 풀기를 계속해 왔다. 그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등 각국에서는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가상화폐 광풍까지 거세게 부는 등 유동성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들어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1.5%로 상승했고, 2월에는 1.7%로 좀 더 상승하더니 3월 들어 2.4%로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다. 특히 주요 20개국(G20)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2.2%, 2월 2.4%, 3월 3.1%로 올라섰다.
이처럼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국 당국에서도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 “우리 경제가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 금리가 어느 정도는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며 슬그머니 경고음을 냈고, 연준은 6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연준 홈페이지 게시)에서 대놓고 자산시장 버블 붕괴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 탈출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가 방향을 바꾸면 그 파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이에 한국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한국에서도 물가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자산시장 과열이 계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히 가상화폐 광풍에 대한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