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IMF사태 이후 사라졌던 충청권 지방은행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충남도는 지방은행 설립에 힘을 싣고 있다.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도 실시하며 민심 청취에 한창이다. 충남지사는 임기 내 지방은행 설립을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양승조 충남지사는 민선7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도정 운영 방향을 밝혔다.
이날 양 지사는 남은 임기 역점과제 중 하나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을 꼽았다. 양 지사는 지방은행 설립은 도민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청권 지방은행은 1998년 ‘충청은행’이 퇴출당한 이후 23년째 부재중이다. 현재 지방은행이 없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충청권과 강원권이 유이하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은 자본이 역외로 빠지는 규모가 커지며 대두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충남지역 지역내총생산(GRDP)은 11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기, 서울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이다. 그런데 역외유출액을 나타내는 지역외순수취본원소득은 -25조원으로 유출율은 21.7%나 된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충남도는 이달 들어 지방은행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전경련 회관에서 충남도 주최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1997년 충청은행이 퇴출되면서, 수도권과의 금융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청도는 지역 민심도 살폈다. 충남도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충청권 4개 시·도민을 대상으로 지방은행 설립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주요 내용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 ▲추진 주체, ▲기대 효과 등 10개 문항이다.
충남도는 여론조사 진행에 앞서 4개 시·도에 이 사실을 사전 안내했고, 분석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다만, 충남도가 지방은행 추진을 결정하더라도 설립까지 시간은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설립 주체가 불확실하다. 은행의 형태 두고도 고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 추세라 전통은행으로 갈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갈지 복합형태로 갈지 선택의 귀로에 놓여질 예정이다.
유성준 충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지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은행 설립은 인터넷 기반 복합형태의 은행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터넷 전문은행만으로 출범하는 경우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방은행으로서 정체성이 모호해 지방은행 설립의 근본적인 목적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