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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여러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 한국 여자배구팀은 주축이었던 쌍둥이 자매의 출전정지 이슈를 뒤로 하고 도쿄올림픽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4강 진출의 성과가 있기 전 쌍둥이 자매가 출전했었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여론도 있었다고 한다. 사건은 가해자인 당사자들이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된다. 때문에 일부 여론이 가해자의 반성으로 너그러워졌을지라도 피해자의 감정을 헤아리기 어려운 시점에 올림픽 복귀를 운운한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재계에서는 수년 전에 일어난 사건 혐의가 총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주로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들 사건은 앞선 학폭 사건과는 질적 차이가 있다. 바로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론의 질타도 연예계나 스포츠계에 비할 게 못된다.
하지만 횡령, 배임 사건은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눈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훨씬 더 많다. 최근 그룹들이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각종 총수 사건이 겹치는 모습은 이질적이다. 물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 혐의 시점은 수년 전의 일이고 ESG는 최근이다. 하지만 비록 과거의 잘못이라도 그룹 경영진은 뒤늦게 발각된 학폭 사건처럼 여론의 뭇매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혐의가 유죄판결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슈가 이어지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현상이다. 최근 검찰은 수감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과거 가족회사에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에 강매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한다. 2014년부터 2년간 벌어진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했던 사건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9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첫 공판에 출석했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에는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사업권을 담보로 해외기업으로부터 박 전 회장 개인자금을 마련한 혐의 등이 포함돼 있다. 1심 벌금형이 확정된 재판도 있었다. 지난달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소유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벌금을 물게 됐다. 상급심에서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만 비슷한 혐의로 총수 재판이 이어진다는 점은 재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여론에 심어준다. 총수 재판을 겪는 각 그룹들이 법원의 선처를 바라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이슈가 반복되며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가석방 찬성 답변이 70% 정도 됐다고 한다. 유전무죄라고 총수에 대한 엄벌을 바랐던 과거 여론과 팽배했던 반기업 정서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액면분할한 이후 국민주로 바뀌면서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국민적 시선도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주주라면 학폭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주가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릴 수 있다.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제범죄에 대해 여론은 증시라는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너그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거꾸로 뒤집어 봐야 한다. 국민의 증시 참여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더욱 많은 국민이 주식을 갖게 된 기업일수록 여론은 한순간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 전과 달리 국민의 주식 참여가 늘어난 만큼 경제범죄의 피해자도 특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