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직원 꼬임 넘어간 손님도 절반 책임 인정
[매일일보] 외국인전용 카지노가 내국인에게 외국 여권을 만들어줘서 도박을 하게 하는 일이 앞으로는 줄어들 전망이다.내국인의 출입이 금지된 카지노에서 직원이 만들어준 외국 여권으로 도박을 하다가 돈을 날렸다면 카지노 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이선희 판사는 서울의 한 카지노에서 수천만원을 잃은 A씨가 카지노를 운영하는 P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P사가 A씨에게 373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A씨는 원래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강원랜드 카지노에 자주 드나들었다. A씨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출입증’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10월이었다. A씨는 카지노 직원에게 1250만원을 주고 볼리비아 거주 여권을 만들었다.볼리비아에 생전 가본 적도 없었지만 서울 한복판의 카지노에서 마음 놓고 도박을 즐길 수 있다는 꼬드김에 넘어갔다. 볼리비아 여권을 손에 쥔 A씨는 2년 동안 174차례에 걸쳐 도박판을 벌였다. 판돈만 합계 32억원이 넘었다.가짜 여권이 적발된 A씨는 여권법 위반과 상습도박죄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여권을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해줘 유인하고 도박을 방조했다”며 지난해 8월 카지노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이 판사는 잃은 판돈 6210만원과 여권 발급비용 1250만원을 합한 7460만원의 절반을 배상하라는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 판사는 “A씨가 스스로 도박을 했지만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유인해 손해를 발생시킨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이 판사는 A씨에게 도박 습벽이 있었고 직원들의 불법 여권발급에 협조한 점 등을 감안해 A씨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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