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할 것이라고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내 주요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와 CNBC 등 미국 내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총 3500만 배럴 상당의 전략비축유를 단계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총 세 차례로, 걸프전이 있었던 1991년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던 2005년, 이어 리비아 전쟁이 있었던 2011년 등이다.
미국은 70년대 석유파동을 계기로 전략비축유를 축적하기 시작, 현재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해안 일대 수십 개 지하시설에 6억60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내 원유 수요량의 한 달 치 이상에 해당한다.
전략비축유는 원유소비국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도 90일치 원유수입분을 비상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에 한국과 일본, 인도와의 공조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인도 정부는 미국 등 다른 원유 소비국과 협조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검토하고 있지만 뭔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라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 역시 비축유 방출을 검토 중인데 미국의 요청을 받은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2011년 리비아 전쟁 때 비축유를 푼 바 있고, 일본은 아직 전례가 없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비축유 방출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원유 방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급락, 내년 중간선거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이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30% 급등하는 등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결과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방출로 유가 먼저 잡겠다는 의도라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유임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기대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파월 의장의 대응에 달려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