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금융제재에 비트코인 등 급등…암호화폐 시장 재조명
제재회피 부정적 이미지…암호화폐 규제 강화 개연성 커져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탈달러화 촉발로 암호화폐(가상자산)가 급등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매체 CNBC는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메트릭스를 인용해 지난 1일(현지시간)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16%나 껑충 뛰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데이터를 봐도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 오후 2시 4140만원에서 이달 1일 오후 10시 5170만원을 지나 4일 오후 2시 현재 501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주식 시장과 함께 크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달 25일 3만47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서방의 금융 제재 회피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암호화폐 가격의 반등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암호화폐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국민이 자국에서 해외로 재산을 빼내려 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보인다.
영국 투자회사 모비어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 파트너 마크 모비어스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 같은 단일 기관에 의해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가 제재 상황에서 이를 쓸 수 있다는 점을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방측이 러시아 은행과 이 나라의 ‘부패한 억만장자들’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징벌적 제재를 강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활용해 제재를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거의 은행에 집중돼 있어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이나 개인의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달러 또는 유로 거래를 막을 수 있지만, ‘공공거래장부’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거래장부는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은행 전산망 등의 중앙 서버가 아닌 거래 당사자 컴퓨터에 저장해 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제재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각국 정부에서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대한 개연성이 커질 전망이다. 미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암호화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실행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