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하나은행이 가상공간 진출을 위해 본격 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 가상공간 투자 플랫폼 등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가상공간 상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게임학회를 찾았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중 게임학회와 ‘메타버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앞서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로 관측된다.
하나은행이 게임학회를 찾은 것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사전 준비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디지털경험본부 조직 내 ‘디지털혁신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출범 당시 TFT 관계자는 “단순히 가상점포를 만들거나 회의 공간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식을 넘어서 중장기 결과물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은행의 메타버스 진출은 지주사인 하나금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미 메타버스 활용례가 있는 그룹내 관계사를 통해 은행의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하나카드에서는 지난해 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하나카드 월드'를 오픈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상반기에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론칭해 향후 메타버스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경쟁은 한창 달아올랐다. 농협은행은 지난 2일 핀테크 전문기업인 핑거와 제휴를 맺고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 서비스를 시범 운영키로 했다. 대상은 독도버스에 사전가입한 고객 6만6500명이다. 신한금융의 투자 자문 자회사 신한AI는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베스트(가칭)’를 개발 중이다. 신한금융은 올 초 KT와 지분교환을 통해 메타버스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 안에 ‘KB금융타운 베타버전’을 만들어 가상 영업점과 금융을 접목한 게임을 론칭했다.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더욱 공격적인 진출을 꿈꾼다면 가상현실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메타버스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게임 요소가 가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상에서 금융 투자 등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면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설 수 있다. 하나은행이 게임학회를 찾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중장기적으로 게임법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게임업계에서는 “당국에서는 메타버스가 게임이 아니라고 했지만, 오락 속성이 있어 게임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개념과 경계선은 분명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게 되면 금융권이 게임법의 영향을 받는 업권 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