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해 물가 상승 우려가 처음 제기될 때만 해도 당국은 금방 진화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물가가 3.2% 상승, 9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당국의 낙관론이 무색해졌다. 이후 물가는 11월(3.8%), 12월(3.7%), 1월(3.6%), 2월(3.7%) 등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악재를 만났다.
2월 하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와 식량 등 글로벌 공급망의 근간을 직격했다.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도 바로 영향권에 들어섰다. 국내 물가는 3월(4.1%)과 4월(4.8%)에 4%대를 기록하더니 5월(5.4%), 6월(6.0%) 연속으로 각각 5%선과 6%선을 돌파했다. 4%선을 돌파한 지 두 달 만에 5%선을 돌파하고, 다시 한 달 만에 6%선까지 돌파한 것이다.
게다가 6월이 정점은 아니다. 7월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니 물가 오름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물가 점검 보고서에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통계청이 공개한 6월 물가 상황은 한국은행의 진단과 일치한다. 석유류의 경우 △경유(50.7%) △휘발유(31.4%) △등유(72.1%) △자동차용LPG(29.1%) 등 폭등세를 기록했고, △밀가루(36.8%) △국수(31.5%) △부침가루(22.1%) △빵(9.2%) △식용유(40.3%) △소금(29.3%) 등 가공식품 물가도 7.9%나 올랐다. 외식(8.0%) 물가도 크게 올랐는데 역시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요약하자면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고, 특히 석유류가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결국, 대외적인 공급 문제가 해결돼야 고물가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외 요인은 한국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답답한 일이다. 다만, 우리의 능력 밖 문제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물가 상승의 핵심 원인인 유가를 안정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마침 한 달 넘게 공백 상태이던 국회가 의장단을 선출하며 원구성 협상에 물꼬를 텄다. 여야는 더 이상 힘겨루기로 시간을 끌지 말고 과감하게 상임위 배분을 마치고 유류세 인하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인 37% 인하를 단행했지만 확연히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가가 안정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른 만큼 대응 속도가 중요하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나 올랐다. 경제주체가 느끼는 물가 상승 압박을 해소하지 못하면 임금 인상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 역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이젠 국회가 밥값을 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