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PC 수요 둔화에 하반기 메모리 시황도 하락세 이어질 전망
가격교섭력 열위 차부품업・산업의 쌀 화학제품업, 경영난도 먼저 닥칠 듯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퍼펙트스톰이 닥칠 위기가 산업계를 엄습했다. 인플레이션발 소비침체가 자동차, 전자제품 등 소비재 산업을 위협하면서 후방 부품・소재 산업 경기도 위축되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면서 모바일, PC 등 소비재 산업 판매가 위축될 것에 대한 부정적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생산 목표가 경기 침체로 인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런 부정적 전망에 따라 재고 비축에도 소극적이다.
국가 산업 대들보인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강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시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하반기 성수기 수요가 불확실해지며 전방 수요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고 나서 메모리 D램 시황의 경우 3분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에 비해 3~8% 또는 최대 10% 가까운 낙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및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신제품 출시에 따른 PC 전환 수요 발생의 기대감이 있음에도 출하량 감소 쪽에 무게를 둔 전망이 많아 반도체 업계에 부담을 준다.
PC 위탁생산(OEM)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출하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OEM들의 D램 평균 재고 수준이 2개월 이상인 상황이라 큰 가격 인센티브가 없는 한 긴급한 주문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전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올해 전세계 PC 출하량이 작년보다 9.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 기관은 그 원인이 지정학적 격변과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및 공급망 중단의 ‘퍼펙트스톰’ 탓이라고 짚었다.
반도체에 비해 공급사 경쟁이 심한 편인 디스플레이 업종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비해 중국 경쟁사도 많은 액정표시장치(LCD)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 LCD 시황은 이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LCD 사업에서 철수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아직 OLED와 병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영업적자 전환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 내구소비재인 자동차의 경우 수요 측면에서 전세계 전기차 붐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시장점유율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재고 수준이 낮고 신차 대기 수요가 높은 상황까지 고려하면 국내 차 산업은 실적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현대차도 최근 노사 분규와 독일 검찰 수사 등의 이슈가 겹쳐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어 4년 만에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일 검찰은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차종이 환경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국제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배경으로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이다.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능력이 있는 현대차와 달리 업체별 실적 편차가 큰 차부품 업종이 먼저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 그동안에도 전방 완성차들의 실적이 개선된 반면 부품 업체들은 대체로 실적이 좋지 못했다. 완성차 생산 차질의 부정적 영향이 부품 업체들에게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완성차 대비 가격교섭력이 떨어지는 부품 업체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경영난에도 먼저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방 경기 흐름에 시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석유화학 업종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을 먼저 울릴 것으로 예견된다.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의 실적도 최근 하향세를 보이지만 그보다 스페셜티 화학제품 사업 비중이 떨어지는 여천NCC의 경우 1분기에 벌써 623억원 규모의 영업적자 늪에 빠졌다.